'갈등 해소 사전고지 조례' 제정
검색 입력폼
 
자치/행정

'갈등 해소 사전고지 조례' 제정

갈등유발 예상 시설 인허가 사전고지 의무화…규칙 제정 후 본격 시행 주목

김기천 의원 발의 생활임금, 가업승계 조례 및 마을교육공동체 조례도 가결

그동안 집단민원의 진원지나 다름없었던 돈사와 우사 등 동·식물 관련시설이나 폐기물처리장, 액화석유가스 충전소 등 사회적 갈등 발생이 예상되는 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인허가 신청이 접수될 경우 이를 사전에 주민들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조례가 영암군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영암군의회(의장 강찬원)는 지난 4월 4일 제289회 임시회 제7차 본회의를 열고 김기천 의원이 발의한 ▲'영암군 갈등해소를 위한 사전고지 조례안'을 의결했다. 의회는 또 김 의원이 함께 발의한 ▲'영암군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개정안'과 ▲'영암군 가업승계 농업인 지원에 관한 조례안', ▲'영암군 생활임금에 관한 조례안' 등도 함께 의결했다.
이에 앞서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유나종)는 3월 30일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개정안은 원안가결하고, 갈등해소를 위한 사전고지 조례안은 수정가결했다. 또 경제건설위원회(위원장 고천수)도 3월 31일 가업승계 농업인 지원 조례안과 생활임금 조례안을 수정가결했다.
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영암군 갈등해소를 위한 사전고지 조례'는 사회적 갈등 발생이 예상되는 시설의 설치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전에 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군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갈등 발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갈등유발 예상 시설을 인·허가하는 경우 사전고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자치행정위 심의에서는 군이 알려야할 '대상 지역'을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사전고지 대상 시설의 경계로부터 1천m 이내에 10호 이상의 주택이 있는 지역, ▲영암군 가축사육제한구역에 관한 조례에 거리제한이 있는 시설은 해당 조례 거리제한지역 내 5호 이상 가구가 있는 지역 등으로 수정했다. 또 '변경 인허가'는 인허가 준공 전후에 다른 목적이나 용도로 변경하거나 면적의 10분의1 이상 증가되는 경우로 수정했다.
특히 제7조를 신설해 조례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제289회 임시회가 제8대 의회의 마지막 회기인 점에서 갈등 해소 사전고지 조례 제정에도 불구하고 그 시행을 위한 규칙 제정은 제9대 의회로 미뤄지게 된 점은 매우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치행정위를 원안통과 한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개정조례'는 종전 조례에 전문 인력의 양성 및 지원, 협력센터 설치 등의 조항을 보완했다.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는 학교, 마을, 지역사회가 연대하고 협력하는 교육생태계 조성을 위해 영암군 마을교육공동체의 활성화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조례로, 지난 2020년 7월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김 의원의 개정조례는 전문 인력의 양성·지원과 관련해 군수는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와 관련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지도자와 활동가, 지원가를 양성하기 위해 ▲전문인력에 대한 역량강화 ▲전문인력의 지역 협의체 설립 및 네트워크 구축 지원 ▲그밖에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 영암군 지역사회의 교육적 연계를 통해 학교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영암교육자치협력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협력센터는 ▲지역사회 교육인프라 발굴 및 지역교육 네트워크 구축 ▲민·관·학 교육협치 구축 지원 ▲마을학교(배움터) 조성 지원 ▲마을교육활동가 육성 및 지원 ▲그밖에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의회를 통과한 '생활임금에 관한 조례'는 '영암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적절한 생활임금 기준을 정해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복지 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조례에서 정한 '생활임금'이란 최저임금 이상으로서 노동자가 최소한의 인간적, 문화적 생활을 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 영암군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결정된 임금수준이다.
경제건설위 심의에서는 적용대상을 ▲군 소속 근로자와 군 출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 ▲군으로부터 그 사무를 위탁받거나 영암군에 공사, 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 및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 등에 대해 영암군생활임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영암군수가 결정하도록 수정했다.
또 군수는 결정된 생활임금에 대해 ▲생활임금의 수준 ▲생활임금 적용 대상 ▲그밖에 군민이 알아야 한다고 판단되는 사항을 매년 9월 30일까지 이를 고시하도록 했다. 또 고시된 생활임금은 다음연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가진다고 수정했다.
역시 의회를 통과한 '가업승계 농업인 지원에 관한 조례'는 '영암군 관내에서 가업승계를 희망하는 농업인의 승계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가업승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대를 이어 가업에 종사하는 농업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가업승계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과 가업승계에 대한 자긍심 고취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조례에서 정한 '가업'은 영암 관내에 사업장을 두고 10년 이상 한집안이 2대 이상 이어서 하는 사업을 말한다.
조례는 군수가 이 가업을 승계하는 농업인이 가업승계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 추진하도록 규정하고, 가업승계 농업인은 물려받은 가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지역발전과 소득향상을 위해 노력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군수는 가업승계 농업인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해 ▲지원방향 및 목표 ▲자격 및 선발·교육 등 육성방안 ▲소득 창출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보급 ▲정착에 필요한 사업지원 방안 ▲그밖에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을 포함하는 지원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하고, 매년 지원계획에 대한 추진실적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음연도 지원계획에 반영하도록 했다.
다음은 김기천 의원이 발의한 '갈등해소 사전고지 조례'와 '생활임금 조례'의 제안 설명 요지다. / 이춘성 기자
■ '갈등해소 사전고지 조례' 제안 설명
모든 일이 그렇듯이 새로운 일을 설계하는 일은 진통과 혼란을 동반합니다. 그런데 그 진통과 혼란의 근원은 불통과 독선에 있습니다. 거기에 이기적인 욕심까지 가세하면 말 그대로 난마가 되고 맙니다. 저는 지난 4년 동안 의정활동의 상당 부분을 민원현장에서 시작하고 끝내야 했습니다. 여기 앉아 계신 의원님들과 집행부 공직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학산면 묵동리 대형 돈사 인허가 현장에서 시작해 서호 미암 학산 신북 삼호 대형 쓰레기 투기 현장, 서호 화송리 대규모 골재채취장, 금정 활성산 태양광 건설 현장, 도포 영가척 미암 내지종과 노송마을 태양광 발전소 인허가 현장, 시종 변전소 예정 부지, 영암읍 한대리 규석광산 채굴 현장, 미암 신한리 경비행기 예정부지와 삼호 미암 간척지 3-1공구 대규모 태양광 개발 부지 등 하루가 멀다하고 방문과 조사를 요청하는 민원이 밀려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영암군 행정에 대한 끝을 알 수 없는 분노와 불신이 쏟아졌습니다. 주민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누가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설을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되고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에서였습니다. 평생 악취와 소음, 폐수와 병해충, 경관파괴 등의 위협에 노출된 채로 살아야 하는 주민들의 건강권, 행복추구권은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주권자인 군민의 최소한의 권리, 즉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 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저는 이번 조례를 준비하면서 군민이 주인 되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의회가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었습니다. 일대일 의견접수도 받고 축산단체와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관계 공무원들과 수차례 조정했습니다. 지난 3월 17일에는 조례제정을 위한 사전 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경청했습니다. 그 결과 현명한 우리 군민들은 집단지성을 보여줬습니다. 역지사지한 결과입니다. 알면 말하게 되고 말하면 서로 이해하게 됩니다. 조례를 준비한 저는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을 조례에 충실하게 담아냈습니다. 주민참여 민주주의는 이렇게 완성돼가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정제되지 않은 온갖 개발행위로 지역은 몸살을 앓았고 지역사회는 갈기갈기 갈라졌으며 주민은 자존감을 크게 상실했습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떼놈이 번다’ 는 속담이 있는데 고통은 영암군민이 다 겪고 돈은 외부자와 자본이 벌어갔습니다. 더는 안 됩니다. 군민은 주인대접 받고 행정은 투명해지며 개발하는 자와 지역주민이 상생 공존하는 첫 규칙을 만드는 이 조례를 원안 심의 의결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 '생활임금 조례' 제안 설명
오늘 제가 제안 설명하는 생활임금에 대해 아마도 생소한 분들이 아직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생활임금이란 ‘노동자들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과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임금’이라고 국제노동기구(ILO)는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노동자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최저한의 소득이 ‘최저임금’이라면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에 더해 인간다운 삶을 설계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보완 장치라고 하겠습니다.
이 생활임금은 19세기말 미국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그 후로 유럽 여러 국가에 확산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서울시 노원구가 첫 도입하여 지금은 전국 174개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남의 경우 목포와 여수 나주 해남 순천 등 5곳에서 도입한 상태입니다. 생활임금을 도입한 지자체를 비교해보자면 올해 최저임금 시급 기준 9천160원에 비해 전남도 1만900원, 목포 9천850원, 여수 1만원, 해남 1만100원 등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돼 노동자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적용대상은 통상 행정에서 직고용한 노동자와 출자·출연기관 노동자가 우선 해당하고 지자체의 사정에 따라 행정과 계약한 공사 용역업체 노동자, 사무위탁기관 노동자 등으로 확대하기도 합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국·도비 사업으로 채용된 노동자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생활임금은 그 적용대상과 임금산입 범위 등을 정할 때 지자체의 재정형편과 타 노동자 계층과의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민간기업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여러 어려운 쟁점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번 생활임금 조례 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다름 아닙니다. 조례에서 규정한 내용처럼 생활임금위원회를 통해 매년 생활임금의 실태를 평가하고 적용대상과 임금수준을 확대해가는 다양한 연구와 토론이 뒤따라야 하겠습니다.
이번 생활임금 조례가 제정되면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군 공무직 노동자와 기간제 노동자, 1년 이하 단기직 노동자들이 우선 혜택을 보게 됩니다.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노동자 가족의 삶에도 더 나은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원안대로 심의 의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