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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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

가시울타리 안에 자홍빛 의중 하나를 막 앉히고 있다
꽃등 하나 내걸고 꽃대 안의 사나운 것들 다 밖으로 내보내고 있는 중이다 세상의 색깔들 중 제 것만 골라 쓰는 것들은 꽃들밖에 없다
출정식 같다 두꺼운 갑옷을 두르고 비수를 품고 벼르고 서 있는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자홍빛은 절대 이 가시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불도 없이 끓이고 있는 것이 있다 이글거리는 꽃송이 분출하기 직전이다 그 꽃송이 다 꺼지고 나면 결국 하얗게 재를 날리는 꽃씨들 누군가 툭 치기만 해도 흩어지는 의중
갖고 있던 모든 색을 다 버리는 꽃 가을 한철 복수로 불타던 논둑의 푸른 절기 찬 서리에 맥없이 무너지고 가시울타리 감옥 한 채가 사라지고 있다
복수라는 꽃말은 톱날 같은 이파리에게 다 주었다

정정례
2020년 월간 유심 신인문학상
제26회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5회 천강문학상 수상
제3회 한올문학상 수상
현 한국미술협회 이사
시집 '시간이 머무른 곳' 외 다수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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