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를 통해 “클린 영암, 명품 영암, 복지 영암 건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약속한 전 군수가 4년 동안 역점을 둔 시책은 ‘복지’와 ‘4대 핵심발전 전략산업’으로, 이를 통한 미래 먹거리와 新성장동력 창출이었다.
특히 ‘영암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겠다며 군정의 ‘최고’분야로 선정한 4대 핵심발전 전략산업은 6차 산업에 IT와 BT 등 최첨단기술을 융·복합한 생명산업 육성, 문화관광·스포츠산업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드론·경비행기 항공산업 육성으로 하늘 길을 활용한 ‘SKY’ 관광시대 선점, 자동차튜닝산업 전진기지 구축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 주도 등으로, 이 기조는 민선 7기 ‘新4대 핵심발전 전략산업’ 집중 육성으로까지 계속 이어졌다.
전 군수는 그로부터 4년 뒤인 2018년 민선6기 군정성과에 대해 “그동안 현장 확인 행정을 펼치면서 매일 마을을 순회 방문해 군민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으며, 국·도비 확보를 위해 지구 한 바퀴가 넘는 거리를 직접 뛰는 광폭행정을 펼쳐왔다”며, “그 결과 국립종자원 벼 정선시설 유치와 무화과산업특구 지정, 한국트로트가요센터 건립, 왕인문화축제 4년 연속 국가 유망축제 지정, 조훈현 바둑기념관 개관, 제57회 전라남도체육대회 유치, 영암군민속씨름단 창단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전 군수는 또 “호남 최초 국토교통부 인가 드론전문교육원 개원, 국내 최초 유인 드론 시연회 개최, 경운대학교 경비행기 이·착륙장 착공과 강의동·기숙사 건립, 자동차튜닝 선두주자인 모헤닉게라지스 생산공장 완공을 앞두는 등 미래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창출했다”면서, “특히 기초생활분야 대통령상 등 복지 분야 평가 20관왕 달성, 어르신 목욕 및 이·미용권 지원, 100원 택시와 1천원 버스 등 교통복지 제공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으로 대한민국 행복지수평가 대상을 수상하는 등 전국 최고 행복도시에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고 강조했다.
전 군수는 이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주관 2017 전국 지자체 공약이행 평가에서 전국 최고 등급(SA) 선정과 건전재정 운영으로 빚을 다 갚아 채무제로를 선언했으며, 광폭행보로 거둔 국·도비 공모사업 169건 2천528억원 확보로 영암군 예산규모가 ‘꿈의 5천억원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한국지방자치경쟁력지수 3년 연속 최우수기관 선정, 2년 연속 대한민국 CEO 리더십 대상과 대한민국 소비자 대상 등 군정의 모든 분야에서 거둔 성과는 6만 군민과 16만 향우, 그리고 1천여 공직자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민선 6기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해였던 2017년 ‘영암군정 베스트 10’으로 ①2017 전국 지자체 공약이행평가 최고 등급(SA) 선정 ②채무제로 선언 ③영암군민속씨름단 창단 ④기초생활분야 대통령상 등 복지평가 20관왕 달성 ⑤국립종자원 전남 제2 정선센터 착공 ⑥축제 대성황 ⑦조훈현 바둑기념관 개관 ⑧달마지쌀골드 전남10대 고품질 브랜드 쌀 14회 선정 ⑨드론·경비행·자동차 튜닝산업 4차 산업혁명시대 선도 ⑩2018 영암 방문의 해 선언 등을 꼽기도 했다.
■ 민선7기 군정성과
전 군수의 재선으로 2018년 7월 출범한 민선 7기 역시 ‘하나 된 군민 풍요로운 복지 영암’ 건설이라는 군정 목표 아래 ‘복지’와 ‘4대 핵심발전 전략산업’에 역점을 둔 기조는 지속됐다. 4대 핵심발전 전략산업의 일부 내용이 수정되어 ‘新4대 핵심발전 전략산업’으로 표현되기는 했으나 큰 변화는 없었다.
전 군수는 올 초 신년사를 통해 “2017년부터 빚 없는 영암군으로, 채무 제로를 지금까지 실천해오고 있으며, 살림이 크게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7천억원을 넘어서 꿈의 8천억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민선7기 국·도비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와 전남도, 그리고 국회를 수시로 방문한 결과 지난해까지 공모사업으로 총 68개 사업 1천170여억원(국·도비 784억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양했다”고 설명했다.
또 “각종 행정실적 평가에서도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지방재정집행 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기관 선정, 전남도 일자리 창출 분야 최우수상 등 4년 연속 수상,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최우수기관 선정, 기초단체장 공약이행평가 최고등급 달성(SA) 등 민선6,7기 동안 41개(민선 7기에는 148개) 분야에서 크고 작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면서, “2021년 왕인문화축제는 비대면 온라인 축제로 개최해 SNS 관람객 수 350만여명, 영암 농·특산물 10억원의 판매성과를 거두는 대박 축제를 이뤘으며,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창단한 지 5년 동안 총 43회 우승과 함께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고 각종 민속씨름경기 및 예능방송 출연을 통해 영암군과 농·축·특산물 홍보에 크게 기여하는 등 지역민의 자긍심을 한껏 높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전 군수는 특히 지난 2020년 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지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급된 제5차 긴급재난생활비(군민 1인당 20만원)까지 군민 1인당 무려 75만원에 이르는 전국 최고액의 긴급재난생활비 지급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 민선6,7기의 공과(功過)
이 같은 민선6,7기 군정성과 제시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군민들은 “전 군수가 재임한 민선6,7기 8년 동안 특별히 떠오르는 성과물이 없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예컨대 민선4,5기를 이끈 故 김일태 군수의 경우 일부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월출산 氣찬랜드’를 영암군의 랜드마크로 조성해놓은 업적이 있는 반면, 전 군수의 경우 거론할만한 치적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 군민들은 전 군수의 업적으로 한국트로트가요센터 건립과 국립종자원 전남 제2 정선센터 건립을 꼽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업 모두 전 군수가 처음부터 기획해 정부 지원을 이끌어낸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업적’ 또는 ‘치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군이 오랫동안 하춘화 기념관 건립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2016년 극심한 침체에 빠진 조선업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암군에 '조선업 밀집지역 관광산업육성사업'으로 최종 확정해 추진된 사업이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만큼 개인 기념관 건립 차원이 아니었다.
국립종자원 전남 제2 정선센터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전남도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영암 유치에 성공한 사업이지 전 군수가 기획해 심혈을 기울인 사업은 아니다.
반면 전 군수가 직접 기획해 추진한 사업은 정부 정책으로 채택되지도 못한 채 슬그머니 백지화됐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영암군 민속씨름 종합체육센터' 건립사업이다. 이 사업은 씨름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되고, 2018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이 이뤄지면서 민속씨름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며, 영암군민속씨름단 운영과 연계해 전국 최초의 씨름역사관 및 상시 관람석을 설치함으로써 전지훈련과 각종 씨름대회 개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취지였다. 총사업비 100억원(국비 50억원, 지방비 50억원)을 투입해 영암읍 역리 94-4번지 일원에 연면적 4천㎡, 지상 4층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었다.
당초 '민속씨름역사문화공원' 조성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전 군수가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영암 출신 중앙부처 공직자들과의 면담 결과만을 토대로 마치 영암 유치가 이미 확정된 사업인양 추진하다 국가시책으로도 확정되지 못해 흐지부지됐다. 상급 지자체인 전남도와 전혀 교감이 없었고, 단체장이 지연만을 앞세워 욕심을 부리다 사업이 백지화된 좋은 사례다.
이 사업의 추진 사례에서 보여주듯 전 군수는 8년 임기 내내 ‘특정인’과의 인맥에 의존하는 군정 추진 경향을 보여 결과적으로 현실과는 동떨어진 시책이 만들어지고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많았다. 전 군수의 멘토로 알려져 있고, 군정 핵심 시책인 ‘4대 핵심발전 전략산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사)상생나무 김종익씨, 전 군수의 정치적 대부로 알려진 유인학씨, 가수 하춘화씨 등으로, 전 군수는 이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곧바로 군정에 접목하려다 보니 의견수렴 등 검증과정이 생략되면서 많은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민선6,7기를 통틀어 전 군수가 영암군정의 최고 시책으로 자랑한 ‘4대 핵심발전 전략산업’은 일부가 지역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시책으로 여겨지면서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제로 호남 최초의 국토교통부 인가 드론전문교육원 개원이라며 자랑했던 ㈜에어콤의 드론교육원은 이미 철수했고, 국내 최초라고 홍보했던 유인 드론 시연회는 실패했다. 또 경운대학교 경비행기 이착륙장 착공과 강의동·기숙사 건립의 효과는 아직도 미지수이고, 심지어 미래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창출했다고 홍보했던 자동차 튜닝업체 모헤닉게라지스의 영암 유치 역시 허망한 실패로 끝났다. 군정 방향 설정의 오류가 얼마나 막대한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민선6기 출범 직전 영암군수직무인수위원회 활동을 통해 전 군수가 “토목·건설사업 추진은 지양하는 대신 복지에 역점을 두겠다”고 선언한 결과는 국비까지 확보한 '천황사길'을 백지화하는 우를 범했을 뿐만 아니라, 임기 내내 어르신 목욕 및 이·미용권 지급매수를 늘리는 일에만 매달리는 듯한 인상만 심어주었다.
‘특정인’과의 인맥에 의존하는 군정 추진 경향은 자연적으로 군정 현안에 대한 실·과·소장들과의 논의체계 실종과 군민 여론 수렴 결여로도 이어졌다.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영암군민속씨름단 운영과 영암공공도서관 건립 부지 결정, 영암 훈련용항공기 비행장 개발 사업 추진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여론수렴 없이 인수가 결정돼 운영되다보니 전 군수의 설명대로 많은 우승 기록과 영암군 및 농·특산물 홍보 효과에도 불구하고 “프로씨름단 운영이 필요한가”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지역사회, 특히 교육적 연계 효과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밖에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민선6,7기 8년 동안 이뤄진 공직인사의 문제점을 꼽는 이들이 많다. 불편부당하고 적재적소의 원칙이 지켜지지 못해 일하는 조직이 만들어지지 못했고, 특히 군수의 눈에 띄기 쉬운 부속실이나, 특히 과장급들의 경우 일선 읍·면 근무만을 선호하는 비정상적 조직문화가 자리잡았다. 이로 인해 민선6기 출범 당시 ‘젊은 군수와 함께 열심히 일해보자’던 젊은 공직자들의 실망이 특히 컸고, 어쩌면 치유되기 어려운 지경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