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첫인사 '혁신 의지' 실종…사실상 첫해 '허송세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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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8기 첫인사 '혁신 의지' 실종…사실상 첫해 '허송세월' 우려

6개월 후 본격 인사 방침에 전임 군수 '인사 혜택' 공직자들 보직 찾아 이동 '민선7.5기'논란

공약사업 및 주요 현안 실행계획 수립 중요한 시기 불구 우 군수 군정 혁신 추동력 확보 난망

우승희 군수가 7월 14일 자로 민선8기 첫인사를 단행했다.
정년퇴임에 앞서 공로연수에 들어가 공석이 된 종합민원과장에 신환종 기획팀장, 학산면장에 박영하 투자지원팀장, 미암면장에 김명희 안전정책팀장을 각각 직무대리로 '승진의결'했다. 인사 규모는 모두 6급 이하로 111명이다.
첫인사였으나 소규모로 단행된 것은 올 연말 조직개편과 함께 내년 1월 1일 자로 대폭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우 군수의 인사 방침 때문이다. 이로 인해 종합민원과장을 뺀 실·과·소장과 학산, 미암면장을 제외한 읍·면장들은 모두 그대로 민선8기 군정 혁신에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반면 소폭으로 단행된 인사였어도 전임 군수 때 인사상의 특혜(?)를 받았던 공직자들은 '가고 싶은 곳'을 골라서 이동했다. 반면 기획부서 등에서 젊은 군수와 함께 일해야 할 공직자들은 또 다시 사업소로 밀려 "민선7.5기 인사" 내지는 "전임 군수의 인사 같다"는 반응들이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우 군수가 조직개편 및 공직자 능력 파악에 소모해야 할 6개월(7월 1일∼12월 31일)은 영암경찰서 이전 신축 등 현안과 군수 공약사업에 대한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할 민선8기의 사실상 첫해라는 점이다. 6개월 뒤 바뀔 실·과·소장들이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효율적인 계획 수립에 나설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6개월을 자칫 허송세월하면 군정 혁신의 추동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우 군수의 첫인사에 대한 군청 안팎의 평가를 종합하면 긍정적인 평가도 없지는 않다. 박영하, 김명희 두 여성팀장을 학산면장과 미암면장 직무대리로 발탁한 것이나, 송태갑 학예연구사를 하정웅미술관팀장에 기용한데 대해선 이구동성 "잘한 인사"로 꼽았다. 이들이 경력이나 능력, 근평 등에서 단연 승진 순위에 올라있었음에도 전임 군수 시절 인사 때마다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거나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보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선8기 첫 인사임에도 신임 군수의 혁신 의지를 찾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너무 커 이런 긍정적인 평가마저 묻힐 지경이다. 일부 공직자들은 "이번 인사를 누가 했느냐"고 반문하기까지 한다. 아무리 소폭 인사였을지언정 사무관 세 자리가 공석이었던 만큼 기획, 총무, 투자경제, 재무, 문화관광, 도시개발 등 주요 부서 중 핵심 3∼4개 부서 과장급에 대해서만큼은 신임 군수의 혁신 의지를 담아 단행했어야 했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대조적이게도, 민선6,7기 영암군정을 이끌었던 전동평 군수의 경우 2014년 7월 11일자로 단행한 첫 인사부터 자신의 의지를 반영해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선거가 한창일 때부터 총무과장을 사전에 내정한 듯 거침없는 인사이동이 이뤄졌고 그만큼 조직 장악도 빨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속실 등 군수 눈에 잘 띄는 자리나 본청 실·과·소장보다 읍·면장을 선호하는 기이한 조직문화로 이어지긴 했지만 기민한 대처는 우 군수와는 전혀 달랐다.
첫인사의 두 번째 문제는 전임 군수 때 인사상의 특혜를 받았던 공직자들이 모두 '원하는 자리' 또는 '가고 싶은 자리'를 맘껏 찾아갔다는 사실이다. 인사보복 내지는 좌천인사로 비쳐질 수 있음을 고려했는지는 모를 일이나, 그동안 군정책임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혹은 보직도 없이 대민업무를 맡아 묵묵히 일한 공직자들 입장에서는 분통 터질 일이다.
한 공직자는 "전임 군수로부터 특혜를 받아 승승장구한 공직자 몇몇에 대해서만큼 합당한 인사 조치를 하는 것이야말로 다수의 공직자들로 하여금 신임 군수의 의지를 읽게 만들고, 일할 의욕을 북돋는 일인데도 이번 첫인사에서는 그런 신호조차도 없다"면서, "좌천시킨다며 보낸 자리가 과의 주무 팀장이라면 누가 그 뜻을 좌천으로 이해하며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공직자는 "군수가 바뀔 때마다 현란한 처세술로 양지만 찾아다니던 몇몇 공직자들의 행태는 이번에도 반복됐다. 알고도 받아들인 것인지 모르고 넘어간 것인지 모를 일"이라면서, "이번 인사가 과연 신임 군수의 의중인지, 아니면 인사부서의 자율로 이뤄진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고 우려했다.
인사가 단행된 만큼 우려되는 보다 큰 문제는 다음 인사 때까지 남은 앞으로 6개월이다.
우 군수는 7월 정례조회를 통해 "과거와 관행, 쉬운 길과 단절하고 젊은 생각과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길, 혁신의 길, 영암의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행정의 혁신'을 위해 "수요자인 주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군민의 생각을 정책으로 반영하며, 규제 위주에서 탈피해 주민에 도움을 주고 지원하며 어려움을 해결하는 행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6개월은 우 군수가 밝힌 '혁신 영암 프로젝트'의 실행계획을 세우는, 어쩌면 우 군수 재임기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인사가 끝난 만큼 당장 영암경찰서 이전 신축이나 영암공공도서관 부지 재선정 등 전임 군수로부터 떠넘겨진 현안과제 해결방안 모색과 함께 공약사업 확정 및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국·도비 지원은 물론 필요한 자체 사업비를 내년 예산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 군수의 의중이 전혀 담겨있지 않은 조직이 이를 제대로 해낼지는 아무리 보아도 의문이다. 실제로 최근 이뤄진 각 실·과·소의 업무보고에서도 우려는 현실이 된 바 있다. 우 군수가 정례조회를 통해 업무보고에 공약사항도 담을 것을 지시했으나 실제 이를 이행한 부서는 극히 일부였을 정도로 우왕좌왕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6개월 뒤 어차피 자리를 옮길게 빤한 주요 실·과장들로서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보강인사를 통해 주요 과장 몇몇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바야흐로 우 군수의 조직장악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 영암군 인사(7월 14일 자)
◇행정6급 ▲신환종 종합민원과장 직무대리 ▲박영하 학산면장 직무대리 ▲김명희 미암면장 직무대리(이상 5급 승진의결) ▲최윤정 투자경제과(승진) ▲김채남 기획팀장 ▲조영욱 감사팀장 ▲이태연 투자지원팀장 ▲박한글 일자리공동체팀장 ▲김문진 교류후생복지팀장 ▲최복용 재산관리팀장 ▲김철 문화예술팀장 ▲고율 홍보팀장 ▲조삼열 체육정책팀장 ▲김선미 농업정책팀장 ▲최진석 안전정책팀장 ▲최수진 재난관리팀장 ▲김은화 보건행정팀장 ▲전학준 수도행정팀장 ▲옥충근 영암군 팀장요원 ▲최현주 영암읍 팀장요원 ▲이정운 금정면 ▲황근영 도포면 팀장요원 ▲오유신 서호면 팀장요원 ▲김형련 학산면 팀장요원 ◇세무6급 ▲정관영 징수팀장 ▲박종인 시종면 팀장요원 ▲남숙희 도포면 팀장요원 ◇전산6급 ▲홍연주 군서면 팀장요원 ◇사회복지6급 ▲최태석 주민복지과(승진) ▲박선희 영암읍 팀장요원 ▲서홍숙 영암읍 팀장요원 ▲김재록 학산면 팀장요원 ▲김진흥 미암면 팀장요원 ◇농업6급 ▲김린아 친환경농업과(승진) ▲신관재 축산위생팀장 ▲최현의 삼호읍 팀장요원 ▲천영임 금정면 ▲정성균 도포면 팀장요원 ▲강승희 서호면 팀장요원 ◇환경6급 ▲황철현 삼호읍 팀장요원 ◇학예연구사 ▲송태갑 하정웅미술관팀장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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