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흑점입니다
손바닥들이 가린 초록과 초록 사이
알알이 매달린 눈동자들은
포도밭 고랑의 끝 아득한 소실점만 따라갑니다
탱탱하고 야무진 보라색이
연주도 없이 관중도 없이 날마다 부풀어 갑니다
그녀의 소문처럼 포도알 속엔
파랗고 붉고 검은 여름이 차례로 들렸다 갑니다
꼬리 물고 이어지는 소리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돌고 돕니다
돌아가는 길목엔 항상
깊고 깊숙한 소실점들이 숨어 있습니다
소문이 멈춰 선 곳
초록이 갈색으로 변해
눈이 시큰해지고 소문도 달콤해집니다
눈 가딱하지도 않은 소문이 있고
넓은 귀들이 이파리처럼 펄럭이지만
포도 넝쿨 뒤틀리며 계절이 갑니다
아니, 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정정례
2020년 월간 유심 신인문학상
제26회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5회 천강문학상 수상
제3회 한올문학상 수상
현 한국미술협회 이사
시집 '시간이 머무른 곳' 외 다수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