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을 그려요
골목 입구 왼쪽 포도나무 밭이 있는 당숙 집을 지나
네 번째 집
대문은 개방형이에요
오른쪽으로 화단이 있어요
봄부터 가을까지 꽃들이 피었다 져요
봉숭아꽃 씨방을 톡! 터뜨리는 게 즐거웠어요
왼쪽은 화장실이 있어요
넓은 마당을 이십 보쯤 걸어 들어가면 기와지붕 집이 있어요
집을 왼쪽으로 돌면 할아버지가 심으셨다는 파리똥 감나무가 있어요
노을빛 같은 홍시 감이 툭! 떨어지면
신이 났어요
그 기분은 인생이 계획대로 잘 풀리는 달콤함이 있어요
열 보쯤 걸으면 우물이 있어요
우물 옆에는 장독대가 있어요
집 뒤란에는 텃밭이 있어요
옆집과 뒤란의 경계에는 열 살 무렵 내키만한 측백나무가
한 줄로 나란히 심어져 있었어요
가끔 뾰족한 돌기가 신기한 측백나무
열매에서 풍기는 냄새도 나를 이롭게 하는 것 같아 좋았어요
여름밤 마당에서 타고 있던 모깃불 냉갈 매운 내음과
겨울 처마 밑 고드름
보는 것 만으로도 차가웠던 느낌 물론 기억해요
집은 사라지고 없지만 집에 관한 내 기억은
여전히 세밀하고 견고하므로
눈에서 멀어지면 잊혀 진다는 말 믿지 않아요
전옥란
영암문인협회 회원
1999년 문학춘추 등단(시)
월간 전원생활 시와 수필 당선
2001 교육인적자원부 수기공모 장려상 수상
솔문학 회장 역임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