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골목에서 부르는 노래들은 모두 골목에서 배운다
다리 무릎 허리 어깨 머리
오선지를 만들면
고무줄은 팽팽한 악보가 된다
음표들이 검은 음계를 통통 튀며 넘나든다
길에 늘어난 노래가 된다
공중을 끌어당겨 발로 밟고
박자를 풀어 음정을 맞추고
높이와 중력을 갖고 노는 아이들
점점 높이가 높아질수록
높은음자리들 팔짝팔짝 뛴다
호흡이 빠른 악보는 자주 틀리고
그때마다 되돌이표 잠시 꺼둔다
음표들이 아이들을 놓치거나
아이들은 악보의 탄력을 놓치고 만다
골목이 지키면 아이들도 지친다
악보는 불그스름해지다가 검게 물든다
오선지도 음표도
아이들을 분간할 수 없다
골목의 공중은 악보 한 장이다
걸려 넘어진 발들이
부서진 음표들을 신고 집으로 돌아들면
불빛 환한 창문들은
내일의 악보를 수정중이다
정정례
2020년 월간 유심 신인문학상
제26회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5회 천강문학상 수상
제3회 한올문학상 수상
현 한국미술협회 이사
시집 '시간이 머무른 곳' 외 다수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