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뜨고 저물어 다시 뜬다.
큰 바람,
큰 비,
급한 물길에 익은 열매가
다시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타버린 자리,
부서진 폐사지,
아픈 자리,
눈물 마른자리에 피는 꽃이 더 향기롭고
그 자리에 지는 꽃이 가슴을 더 아리게 한다.
뒷 표지 같은 지상의 풍경을 급히 읽고 간다.
가을 밤,
책 한 권 벌써 떼었다.
박춘임
'문학춘추' 시로 등단(2000년)
전남시문학상 등 수상
시집 '나이테를 그으며' 등 다수
수필집 '지금 열애 중', '인생, 그 아름다운 중독'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