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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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계절

어머니의 사계절은 가을에 머물러 있다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어린 고추를
오늘도 기어이 따고야 마는 어머니는
어쩌면 이미 해 짧은 늦가을을
걷고 계시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줄곧, 피난시절 입 하나 덜겠다고
시집온 곳이 여기였다며
먼 곳 바라보다 끝내 흐려지던 눈빛
어린 자식들 배 곯리지 않겠다는
다진 맹세는 평생을 삼켜냈어도
목 깊은 곳에 그대로 남았던지…

저 고추 따다 고추무름 만들어 먹으면
참 맛나겠다는 말씀을 뒤로
어머니의 발걸음은 이내
고추밭이랑 쪽을 향하신다

굵고 거친 손뼈 같은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열린 고추가
붉은 물 들듯 번져오는 꿈을
그만 접어야하는 아들내외의 젖은 마음을
저 부는 바람은 알고 있는지
해질녘 고추밭 끝머리 잠자리 날갯짓이 분주하다

봉성희
영암문인협회 회원
솔문학동인회 회장 역임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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