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영암지역에 평균 12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저수지 제방이 붕괴돼 인근 농경지 9천여평이 매몰되고 하천과 농로가 유실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더구나 저수지 인근 주민들의 수차례에 걸친 “붕괴 위험” 경고와 “빨리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군이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함으로써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비난이다.
문제의 저수지는 학산면 용산리 1구 제각제. 통수관이 파손돼 제방에 커다란 물웅덩이가 생겨 오래전부터 제방붕괴가 우려되고 있었다.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군은 올 봄 제방의 물웅덩이 상태가 심각한데도 보수는 커녕 제방 윗부분 길이 7~8m, 높이 2m 정도를 절개하고, 웅덩이에 토사를 매립한채 부직포와 비닐을 씌우는 응급조치만 하는데 그쳐, 이미 예견된 재해였다는 지적이다.
제각제는 지난 7일 내린 집중호우로 만수위 상태에서 절개한 제방 위로 물이 넘쳐 흘렀고, 결국 15일 새벽 폭우로 수량이 더욱 불어나면서 수압을 견디지 못한 제방이 두동강 나고 말았다.
제방 10여m가 뚫렸고, 물과 함께 많은 양의 토사가 밀려내려와 인근 논과 밭 9천여평이 매몰되고 하천과 농로가 유실됐다. 자칫 인명피해를 동반한 커다란 재해로 이어질뻔 했다.
현재 저수지는 바닥을 훤하게 드러냈으며, 상류 물 유입구에서부터 저수지 복판을 가로질러 뚫린 제방 사이를 지나 농경지로 흐르는 새로운 하천이 형성됐다.
1945년 축조된 제각제는 만수위 유역면적 1천여평, 최대저수량이 1만6천t이나 된다.
인근 논 경작자와 주민들은 사고발생 하루 전까지도 면과 군 관계자에게 “제방이 곧 터질것 같다. 빨리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군은 형식적인 조치만 취했다며 허탈감과 함께 분통을 터트렸다.
군은 올봄 통수관과 제방 보수공사를 시작하려했지만 모내기 철을 맞아 공사를 공사를 가을로 연기시키면서 절개한 제방을 원상복구하지 않고 지금까지 방치함으로써 이같은 재해를 불렀다.
“설마 올 가을까지는 괜찮겠지”하는 무사안일한 사고와 안전불감증이 불어온 인재다.
군 관계자는 “수위를 낮추기 위해 제방 일부를 절개했다”며 “그러한 안전조치로 인해 피해를 최소화 할수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주민들은 잡작스런 폭우로 저수량이 급속히 불어난 상태에서는 오히려 절개한 쪽으로 수압이 더욱 많이 쏠려 붕괴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결국 복구를 위해 제방을 새롭게 축조해야 하는 대대적인 토목공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그동안 수차례의 원상복구 요구를 묵살해온 군의 태도와 안전불감증을 비난하면서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됐다”고 언성을 높였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