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한 붉은 차와 충돌하고 깨어보니
저승을 놓고 온 이승의 내가 있다
다들 죽었다고, 가망이 없다고 돌아서는 나를
끝없이 돌려세운 노모의 앙상한 손가락
깊어진 주름에 눌러 붙은 눈물 자국이 찍혀있다
물로 가득 찼던 당신의 빈 속
당신이 건너야 할 다리는 몇 개 일까요
가픈 숨 꽃 피워내던 시간들이 자욱한 안개를 닮아 있다
뭔가 감추었던 막막한 일들
아득하게 만져지는 흐린 시간들
잿빛을 견디며
가슴속 삼킨 말을 뱉어내는 연습처럼 회색 울타리를 드리운다
기약의 약속을 걸듯
새벽을 바꾸며 빙빙 돌며
회귀(回歸)하듯 퍼지는 당신의 염원
안개는 이편과 저편을 하나로 만들며
잰 걸음으로
어둠을 빠져나간다
임영자
2016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전 솔문학 사무국장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