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의 하동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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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의 하동댁

한쪽 남은 청력에 보청기를 끼고
스마트폰을 열어 손가락으로 '톡, 톡'
손가락이 건조해 몇 번이고 시도하여
멀리 있는 자식들과 영상 통화로
안부를 묻고 또 묻는다.

"나도 배울란다.
사진 찍는 거 가르쳐 도라∼"
소설(小雪)이 지나가는 11월
된서리에 초연한 국화꽃을
보여주고 싶으시나 보다

사진 찍는 것은 식은 죽 먹기
금방 할 수 있다,
잘 할 수 있다는 거짓말 같은 격려에
단기기억의 퇴보를 잊은 채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

찾아가는 경로와 돌아오는 길을
손가락 하나로 '톡' 외국까지 간다고
활짝 꽃이 되셨다
밤늦도록 딸의 전화기에 수북한
점을 잃은 자음과 모음들
조세란
2003년 <문학21> 시부문 등단
동산문학 회원
영암문인협회 회장 역임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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