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덩굴이 옆집 답벼락을
3층째 기어오르고 있다
붉은 벽돌이 신록으로 채색되어가는 것이
누가 연록의 물감을 듬뿍 붓에 묻혀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 같다
그런데 더 이상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벽돌색을 닮아가는 담쟁이 그림
누군가가 담쟁이 밑줄기를 칼로 그어버린 것이다
生은 담쟁이처럼 절벽을 오르는 일이어서
숨 가쁘게 오르다보면
목적지에 이르기도 하지만
느닷없이 길이 사라져 일탈하기도 하는 것.
누군가 나를 바라보면 어떤 풍경일까
이슥한 봄을 지나
무성한 여름 또한 지나
건물 끝에 올라 마침내 삶을 완성한
늦가을 붉게 단풍 든 담쟁이 덩굴 숲 같은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일까,
내가 그린 풍경화는.
주봉심
<현대문예> 시부문 신인상 당선
영암문인협회 부회장'
시집 <꽃을 바라보며>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