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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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

세상이 다 초록인 줄 알았다
어릴 때부터 납작한 팔을 뻗쳐
바람을 안고 춤추는 날이 많아졌다

누군가 신호탄을 띄웠을 것이다
꼬물이들은 밤낮으로 초록이들을 탐구했다
갈색 마디가 오체투지로 지난 자리마다
동그라미와 세모와 마른모와 타원 도형이
날마다 새끼를 쳤다

그날 아침 초록은 걷고 싶었던가
차렷 자세로 일어서더니
엉뚱하게 안으로부터 문을 잠그기 시작했다
닫힌 문을 들락거리며 업은 달을 키운 달팽이
가으내 겹겹이 닫아건 문 앞에서
초록 맛을 잊지 못한 꼬물이들의
저 끈질긴 도형 만들기 사건
최연숙
영암 출생
시인
수필가
문예춘추 알베르 카뮈상 현대시부문 최우수상
시집 '기억의 울타리엔 경계가 없다' 등 다수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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