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특히 우 군수에 대한 공소사실 가운데 부인과 함께 권리당원 각각 1명씩에게 이중투표를 권유한 사실과 홍 피고인 등과 공모해 단체대화방을 통해 이중투표를 권유한 사실 등은 유죄로 인정해 양형의 이유로 삼았으나, 나머지 친인척 영암 주소지 허위 기재 및 부적격 당원 가입 등 업무방해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우 군수는 이로써 군수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자신이나 배우자 등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또 광주지검 목포지청이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영암군수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과정의 잡음을 토대로 수사에 들어간 우 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공판이 마무리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들을 기소했고, 12월 첫 공판이 시작됐으니 9개월에 가까운 법정공방이었다.
검찰은 6월 2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우 군수에게는 징역 10월, 부인 최씨와 홍모씨 등 2명에게는 징역 8월, 우 군수의 이모 박모씨 등 나머지 4명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의 구형량보다 훨씬 가벼운 처분이 내려진 1심 선고공판의 주요 내용과 의미, 그리고 향후를 내다봤다.<편집자註>
■ 판결 요지
우 군수와 부인 최씨 2건의 전화 '이중투표' 권유만 범죄 인정
'카드뉴스' 통한 이중투표 권유는 범죄의 증명 없는 경우 판시
단체대화방서 권리당원 이중투표 권유 홍씨와 공모혐의도 인정
재판부가 장문의 판결문을 통해 밝힌 쟁점 공소사실은 대략 다음 두 가지다.
첫째는, 우 군수는 전화 및 ‘카드뉴스’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게재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방법으로, 부인 최모씨 등은 유권자들에 전화하는 방법으로, 피고인 오모씨는 ‘28일 전화 못 받으신 분은 본인이 전화하면 된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된 문자메시지와 카드뉴스를 발송하는 방법으로, 피고인 홍모씨는 여론조사 순서 등이 기재된 글과 ‘우리 모두는 권리당원이 아닙니다, 오늘만’이라는 등의 글을 단체대화방에 올리는 방법으로, 피고인 김모씨는 카드뉴스를 문자메시지로 발송하는 방법으로, 각각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영암군수 후보자 선출을 위한 민주당 당내 경선 ARS 여론조사에서 군민들에게 권리당원임에도 일반군민이라고 거짓응답을 하도록 권유함으로써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사실이다.
둘째는, 우 군수가 성명불상자와 공모해 자신의 친척인 피고인 박모씨로 하여금 허위주소를 기재하고 민주당원으로 입당하게 함으로써 공직선거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당내 경선 운동을 한 사실과, 우 군수가 박씨와 공모해 박씨 및 그 가족들이 허위주소를 기재하고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입당하는 등 위계의 방법으로 민주당 전남도당의 당내 경선관리업무를 방해한 사실 등이다.
재판부는 이들 공소사실과 관련해 우 군수와 부인 최씨, 홍 피고인 등 세 명의 일부 범죄사실을 인정했다.
즉, 우 군수가 김모씨에게, 부인 최씨는 송모씨에게 전화를 통해 이중투표를 권유한 사실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자백을 하고 있고, 증거(녹취록)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우 군수와 부인 최씨가 이들 2명 외에 나머지 통화를 한 이들에게 이중투표를 권유했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전화를 했다는 사실은 휴대전화 발신내역에 의해 인정되기는 하나 전화를 받은 사람 중 일부만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우 군수와 최씨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전혀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또 수사기관이 조사한 사람들의 경우도 대부분 “당내 경선 투표에서 지지해달라고 협조를 구하거나 통화내용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을 뿐 이중투표를 권유받았다는 진술은 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재판부는 “우 군수와 부인 최씨에 대한 첫 번째 공소사실 가운데 두 사람이 자백하고 있는 총 2명 외에 나머지 사람들에게 전화로 이중투표를 권유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공판 내내 최대 이슈가 됐던 ‘카드뉴스’에 대해 재판부는 “우 군수가 카드뉴스를 발송 또는 게시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카드뉴스의 내용이 이중투표를 권유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찰과 의견을 달리했다.
즉, “카드뉴스는 권리당원의 전화번호를 선별해 발신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여론조사 응답자를 상대로 권리당원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을 실시해 권리당원을 배제시키는 내용으로, 카드뉴스 내용 중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이십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부분은 안심번호 선거인단 투표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할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절차를 안내하는 취지”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더 나아가 카드뉴스를 사용하기 전에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전 검토를 요청했고, 카드뉴스 전송이 권리당원과 일반군민 구별 없이 일괄적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할 때, 우 군수가 카드뉴스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게재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방법으로 이중투표를 권유함으로써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우 군수 부인 최씨와 같은 형량인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홍 피고인에 대해서도 일부 범죄사실을 인정했다.
즉 “홍 피고인이 ‘의병01’이라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1인 2표자 나옴, 당원이 아니라고 해서’, ‘2표 성공 축하’, ‘우리는 모두 권리당원이 아닙니다. 오늘만’이라는 등의 글을 게시한 것은 권리당원으로서 투표하고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해 일반군민을 대상으로 한 선거에서도 투표해 1인2표를 행사한 사례를 공유하는 것으로 이중투표를 권유하는 취지는 분명하다”면서, “이는 거짓응답을 권유함으로써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의병01 단체대화방에서 글을 전송받은 사람들 중에는 권리당원이 있기는 했으나 권리당원이 아닌 사람도 있다. 권리당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거짓응답을 권유한 것이 범죄가 가능한지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면서, 홍 피고인의 경우 “카카오톡 의병01 단체대화방 게시글 중 유죄로 인정되는 부분은 권리당원에 대한 것”이라고 한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첫 번째 공소사실과 관련해 우 군수와 부인 최씨, 홍 피고인 등의 범죄사실 공모여부에 대해 “피고인 홍씨가 선거운동과정에서 우 군수의 핵심 참모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등 그 역할과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당내 경선승리를 위해 서로의 행위를 묵시적으로 용인하고 있다고 보아야 타당하다”고 이를 인정했다.
두 번째 공소사실에 대해 재판부는 “우 군수 친척인 박모 피고인이 주소를 영암으로 허위 기재하고 민주당원으로 입당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과정에서 우 군수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할 근거가 전무하다”며,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를테면 증거불충분이라는 뜻이다.
재판부는 또 우 군수가 박 피고인과 공모해 위계로써 민주당 당내 경선업무를 방해했다는, 이른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 박씨와 가족 등이 당원으로 입당할 당시인 2016년 6월과 8월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후보자 추천을 위한 당내 경선 절차가 확정되지 않았고, 민주당은 그에 관한 시행규칙을 다음해 4월 경 제정했다”면서,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박 피고인이 방해하려는 민주당 전남도당의 당내 경선 업무가 존재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더 나아가 “당시 특정 선거를 전제하지 않고 일반적인 성격의 당내 경선 관리 업무를 개시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최소한 발생 가능한 업무의 위험성과 인과관계, 다시 말하면 어떤 업무가 어떻게 방해될 수 있는지에 대해 그 업무방해행위 실행 당시에는 어느 정도 확정되어 있어야 하나 이를 측정할 기준조차 없다”며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양형의 이유에 대해 “공직선거법이 당내 경선에 여론조사를 도입한 취지는 정당 내에서 결정권을 가진 소수의 권력자가가 아닌 국민의 의사를 직접 반영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후보자를 선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의 당내 경선 절차는 공직선거절차의 일환으로 당내 의사를 위법 없이 공정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피고인들이 당내 경선 여론조사에서 거짓답변을 권유했고 이를 통해 국민 의사를 왜곡시킨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재판부는 경선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다고 판단한 민주당이 재경선의 조치를 취하면서 우 군수를 재경선 후보에 포함시켰고, 결국 당 후보로 선정됐으며, 본선에서도 군수에 당선된 것은 경선과정에서의 문제가 재경선 및 본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또 우 군수가 집시법 위반 외의 다른 범죄사실이 없는 점도 정상 참작의 이유로 꼽았다.
■ 판결 의미 및 전망
'군수직 유지' 형량이나 공직선거법 위반사실은 재판부도 인정
선고 뒤 군민들과 연호할 일 아니라 군정업무 차질 사과했어야
공직사회 안정 공약·현안사업 탄력, 추진력 리더십 보여줄 때
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가 내린 1심 판단은 실형을 구형한 검찰의 의도에 크게 못 미친다. 또 군수직 유지도 가능한 형량이다. 그러나 우 군수 등이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사실 자체는 재판부도 그 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공정한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 군수의 선고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목포지원 대법정을 가득 메운 100여명이 넘는 군민들이 공판이 끝나자 법원 광장에서 우 군수 등을 에워싸고 “우승희!”를 연호하고 만세를 부른 것은 바로 이점에서 부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비록 벌금 90만원을 선고하기는 했으나 재판부는 분명 우 군수와 부인 최씨, 그리고 선거운동의 핵심참모였던 홍모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고, 군민들의 의사를 직접 반영해 군민들로부터 신뢰받는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을 방해한 범죄로 보았다. 따라서 이날 ‘군수직 유지’에 환호할 일이 아니라, 군민들에 사과부터 했어야 옳았다.
특히 우 군수는 공판이 끝난 뒤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리고 그동안 재판과정을 지켜봐주시고 군정의 변화를 응원해준 군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지난해 우리 군민들이 이룬 선거혁명의 뜻에 따라 새로운 영암을 위해 영암의 변화를 더욱 열심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재판부와 군민들에 대한 감사 인사는 들어있으나, 지난 9개월여 동안 진행된 공판 때문에 군정업무에 영향이 불가피했던 점을 감안한 송구한 마음을 전하는 표현은 들어있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우 군수는 이번 1심 선고공판으로 군수직 유지 판결을 받음에 따라 민선8기 군정의 기조로 내건 혁신을 통한 더 큰 영암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이 당연히 항소할 전망이나, 현재로선 1심 판결을 뒤집을만한 증거 제시가 이뤄지지 않는 한 ‘직위상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주류여서, 지역정가에서는 “적어도 재선까지는 무난해졌다”는 성급한 전망도 내놓는다.
반대로 검찰의 실형 구형으로 영암지역에서 다시 군수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넘겨짚고 선거운동 채비를 했던 일부 입지자들은 곤궁한 처지가 됐다. 1심 판단도 채 나오기 전부터 경거망동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공판이 진행되는 내내 그 향방을 주시하며 좌불안석이었던 공직사회는 안정을 찾을 전망이다. 우 군수가 내건 공약사업이나 역점을 둔 현안사업, 계획 중인 사업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 군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 영암군정은 민선8기 2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구상 중’ 또는 ‘혁신 과제 찾는 중’일뿐 어느 사업 하나 구체화되어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목요대화나 소통폰 등을 통해 군민과 소통하는 모습은 보이나 군민들에게 발표되는 정책이나 사업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그동안의 긴 법정공방 탓이었다면 이젠 달라져야 한다. 우 군수의 혁신의지는 이미 확인된 만큼 이제는 추진력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