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OB팀 74세 축구선수 김성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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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OB팀 74세 축구선수 김성호씨

"축구는 근심 걱정 잡념까지 잊게 해요…영암군 대표하는 실버축구팀 창단이 꿈"

해를 거듭할수록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이에 따라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일이 큰 관심사가 된 요즘 각종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특히 게이트볼, 파크골프 등은 노년층이 쉽게 접할 수 있고, 비용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각광 받고 있다.
올해 나이 74세의 김성호(시종면 내동리)씨는 이런 점에서 독특하다면 독특하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격렬한 움직임이 필요한 축구에 푹 빠져 살고 있어서다. 요즘 무더위가 한창임에도 영암스포츠타운 축구장에서 경기를 위해 몸을 풀고 있는 영암OB축구팀 회원들 모두가 누가 50대이고 60대인지 분간이 어렵긴 하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실감 난다. 그 중 김성호씨는 단연 돋보인다. 74세의 나이로는 짐작하기 어려운 군살 없는 체격을 가졌다.
김씨는 목포와 영암을 오가며 두 개의 축구클럽에서 공을 차고 있다.
"축구에 몰입할 때면 근심, 걱정 등 머릿속의 잡념이 모두 사라져요. 경기 후에 회원들과 어울려 탁주 한 사발 들이키면 더이상 부러울 것이 없어요. 이것이 제가 50년 이상 축구와 함께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해야겠지요."
신안 안좌도가 고향인 김씨는 어려서 상경했다. 한양공고에 재학할 때는 축구선수로도 활약했으나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학교 졸업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새시공장을 차려 나름 성공 가도를 달리기도 했으나 1997년 닥친 외환위기에 파산했다. 그 뒤 지인의 소개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시종면 내동리에 혼자 내려왔다. 가족은 물론 함께 공을 찼던 서울 은평구 축구동호회 회원들과도 헤어져 영암에 살면서 겪은 어려움과 외로움은 축구로 대신 달랬다. 김씨는 은평구 대표로 출전한 서울시장기 축구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할 만큼 기량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시종면 내동리에서 '철쭉꽃농원'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밭을 일궈 철쭉, 꽃잔디, 상사화, 홍가시, 맨드라미 등을 재배해 판매하는 조경업과 산소관리 등의 대행업을 하고 있다. 목포에서는 63세부터 70대까지의 회원들이 주축을 이루는 골드팀에 소속되어 축구를 하고 있다.
"영암군에도 60세 이상 나이 든 축구동호인들끼리 운동할 수 있는 팀이 꼭 필요합니다. 젊은 친구들과 같이 운동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체력적으로나 실력면에서도 뒤져 운동을 빨리 그만 두게 됩니다. 생활체육으로서 축구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라도 실버팀 창단이 필요합니다."
김씨의 바람이다. 영암OB축구팀의 동료 회원인 김석재씨도 "시니어 축구팀이 없는 지자체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운동장에서 뛰고 싶어도 체력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는 축구동호인들을 위해 그들만이 함께할 수 있는 팀이 꼭 필요하다"고 거든다.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축구와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 74세 축구 애호가 김성호씨의 소망이다.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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