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묘전제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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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인묘전제를 다녀오다

이태원 참사로 꽃들이 졌다
소리도 내지 못한 울음들이 목안에서 말랐고
"미안해요"라는 말만
차가운 거리에 회오리쳐 돈다
슬픈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애도하는 마음 안고 왕인묘전제 가는 길
마음 무겁다

논어10권과 천자문1권을 가지고
백제의 기술자들과 일본으로 떠났던 왕인은
태자의 스승으로 학문을 펴며
일본에 문명을 일깨워주고 환한 길을 열어주었다

백제인의 혼이 담겨진 법륭사에 들어가니
빗물 스미듯 젖어오는 감회,
우리의 손길이 묻어있고 기술이 펼쳐진 곳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5층목탑, 금당벽화, 보물들
백제는 일본 속에서
그렇게 고국의 사람을 맞는다

왕인박사의 묘는
오사카부 히라카타시 왕인공원에 있다
가을햇살이 나뭇잎마다 앉아 챔배드리고
무궁화나무 이끼낀 비를 지키며
고국의 소식 틈틈이 일러 준다
숙연한 경외감으로 국화 한송이 올려놓고
고개 숙이니 눈시울이 뜨겁다

'일본 문화의 원류는 한국이다'
맥놀이 되어 울리는 긴 여운

고향땅 문필봉 아래 성기동에 다시 가서
동상으로 서있는 왕인을 바라보니
날마다 침묵으로 후학들을
가르치고 계신 학문의 선조가
고향으로 돌아와 계셨다
최인숙
영암문인협회 회장 역임
전남문인협회 회원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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