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가야금산조의 본향 지위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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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영암군 가야금산조의 본향 지위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

양승희 “영암군이 위법한 권한 남용으로 명예관장 강제 퇴출해”
영암군 “계속되는 억지 주장과 특혜 요구 더 이상 허용 못 해”
군민 “더 이상 갈팡질팡해선 안 돼. 원점에서 사업 재검토 절실”

가야금산조를 둘러싼 양승희 선생과 영암군의 갈등이 검찰고소까지 이어지며 양측의 갈등이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흐르면서 군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지난 12일 양승희 선생은 영암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암군이 가야금산조에서 양승희를 강제 퇴출시키고, 김창조 전국 대회를 개최할 명분을 없앴다“며 ”이는 문체부 장관상을 막는 것은 국악계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영암군도 “가야금산조는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선생을 존중해 그간 왜곡된 주장 유포에도 언급을 삼가왔으나 군의 인내도 임계점을 넘었다”며 양승희 선생이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주장들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양승희 선생의 기자회견문과 영암군의 반박 입장문을 종합했을 때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첫 번째 쟁점은 우승희 군수 취임 이후 가야금 연주가 정선옥 씨에게 각종 특혜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 씨는 우 군수 취임 100일 잔치에 무형문화재인 본인이 아닌 정선옥을 초청하고, 정 씨의 공연 ‘종가The금’을 영암군 특화사업으로 선정, 기존 양승희 명예 관장실에서 본인을 퇴출하고 정 씨의 팀 3명을 강사로 채용해 가야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제기했다.

이에 영암군은 민선8기 군민소통 토크 콘서트 식전 공연으로 정 씨를 초청했고 취임 100일 잔치는 없었으며, ‘종가The금’은 우 군수 취임 이전인 2022년 전남도 ‘남도문예 르네상스 사업’으로 선정된 사업으로 특혜 시비가 발생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가야금산조 교육 강사들은 외부심사위원의 블라인드 테스트 등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채용했다는 주장과 당시 심사 모습 사진을 증거로 공개했다.

두 번째 쟁점은 영암군은 조례로 통해 양승희를 명예관장으로 임했음에도 명예관장실을 폐쇄하고 양 씨를 강제 퇴거 조치하겠다는 것은 영암군의 가야금산조기념관 관리‧운영 조례안에 위배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군 조례안에는 ‘가야금산조 창시자 김창조, 인간문화재 고 김죽파, 양승희로 이어지는 가야금산조를 문화예술 유산으로 계승‧발전시키고 가야금산조기념관의 효율적인 관리 운영을 도모코자 한다’는 조례 재정 이유와 제7조 ‘명예 관장 위촉’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양 씨는 “조례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명예관장직을 준 적이 없다는 것은 궤변이다”며 “관장실 폐쇄와 강제 퇴거 조치는 산조기념관 조례 제정 취지와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2019년 제정된 조례 제7조는 명예관장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지만, 특정인물을 명예관장에 위촉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반론했다.

마지막 쟁점은 양측의 갈등으로 김창조 가야금산조 전국대회 영암 개최 취소 건이다.

양 씨는 2022년 11회 김창조 가야금산조 전국대회 당시 협소한 대기실과 분장실, 동영상 끊김, 조명 꺼짐 등의 문제가 발생해 문화체육관광부 평가 결과 69.5점으로 C등급을 받았음에도 군에서 현재까지 보수나 개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11회 김창조전국대회 예산이 군비 1억 1천만원에 양승희 자부담 4천4백만원, 총 1억 5천만원이 소요 됐지만, 2023년과 2024년에는 영암군의회가 보조금을 5000만원으로 삭감해 해당 예산으로는 공연을 진행할 수 없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2년 연속 김창조 전국대회 미개최시 장관상이 취소되는데 보조금 축소를 하는 것은 영암군 스스로가 대회를 취소한 것이기 때문에 영암군이 문체부 장관상을 막아 국악계 전체를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군은 지난 11회 공연의 낮은 평가는 (사)김창조산조보존회의 운영 미숙 결과에 따른 것으로 올해 대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후 반론을 이어갔다.

또한 2023년 국악대전 행사 보조금 신청 공문을 양승희 선생 측에 발송했고, 의회에서 예산이 삭감됐다. 이에 양 씨는 삭감된 예산으로 대회 추진 불가 의사를 밝혔기에 김창조 전국대회는 양승희 선생 측에서 행사 추진을 거부한 것임을 표명했다.

“2024년 김창조가야금전국대회는 10월 또는 11월 가야금산조기념관에서 영암군 주관으로 개최할 예정이고 문체부에 영암군 주최‧주관 변경 신청을 마쳤다”며 “대회 명칭과 장관 표창 수여 권리는 영암군에 있고 타인과 타지자체에서 무단 사용할 경우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역공을 펼쳤다.

이처럼 가야금산조기념관 상설 전시 및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단순한 보존과 전승을 뛰어넘어 무형문화재가 군민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일상화, 대중화돼 관광자원화 되도록 온 행정력을 쏟아야할 시점에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흐르면서 군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한편, 해당 갈등이 법정 분쟁까지 예고되면서 “영암군은 더 이상 양승희 씨와 정선옥 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 말고 확실하게 가닥을 지어 관례적으로 해오던 사업들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가야금산조 | 김창조 | 양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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