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청소년 시기를 보낸 민당 선생께서는 우리 농촌의 가난함과 피폐함을 보고 문맹퇴치와 농촌계몽만이 조국 광복의 첩경임을 확신하여 농촌계몽과 교육을 위해 활동하셨고 조국 광복운동을 하셨다. 일제 경찰의 추적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만주(중국 동삼성)로 피신하셨다가 1945년 해방과 함께 귀국하여 평소의 신념으로 여기셨던 농촌계몽운동을 하시던 중 뜻한 바 있어, 1952년 선생은 우리나라 서남단의 끝자락 가거도(可居島, 소흑산도)에 입도하여 문맹퇴치를 위해 청소년은 물론 나이든 주민들에게까지 한글을 가르치셨다.
당시 가거도 주민들은 이어진 가뭄으로 끼니조차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열악한 여건에서 민당선생은 돛단배로 목포를 오가며 가거도민들의 어려운 실상을 알려 양곡 지원활동을 하셨고 다른 한편으로는 배우고 깨우쳐야만 국가와 민족이 살고 자신과 국가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정신을 섬 주민들에게 가르치셨다. 낮에는 섬주민들과 함께 산에서 나무를 하고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며 밤에는 마을 교회당에서 섬 주민들을 모아 글을 가르치고 야학을 운영하여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기본적인 예의범절까지도 가르치셨다.
이러한 선생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 2007년 10월 29일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 현지 답사하였다. 우리 일행은 그 당시 민당선생님의 가거도 제자인 최호길 선생을 만나 섬 주민들과 제자들이 영원히 선생님의 은혜를 잊을 수 없다 하여 그 뜻을 새긴 불망비(不忘碑)를 보러 갔다. 마을앞 바닷가 장군봉의 90도로 깎아지른 직벽에 약3미터의 크기로 “民堂 金錫文 先生 永生不滅 弟子一同” 이라 마을 앞 큰 바위에 새겨놓은 현장을 보았다.
1953년 선생께서는 영암군 성인교육협의회 중등부를 결성한 후 영암, 도포, 금정 지역에 야학을 운영하셨고, 1954년에는 영암읍 동무리 4번지에 영암고등공민학교를 설립하여 흙벽돌을 만들어 지은 교실이 폭풍우에 씻겨 움푹 패어버린 자리를 흙을 발라 메꿔가며 공부를 가르치셨다. 선생께서 지으신 흙벽돌 교실에서 가난한 청소년들의 꿈은 나래를 펴기 시작했고, 농촌을 계몽하여 문맹을 퇴치해보겠다는 선생의 가르침은 그렇게 시작되어 이제는 이 땅의 참스승의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
1970년 7월 영암고등공민학교를 모태로 학교법인 동아학원 설립인가를 받아 “우리 모두는 사회의 은혜 속에 생장(生長)하였으니 그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보은(報恩)을 건학이념으로 삼아 1971년 3월 영암여자중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을 거행하며 설립자 겸 교장으로 취임하셨다. 그리고 1975년에는 영암여자고등학교를 개교하였다. 학교에서는 늘 교육자로서의 검소함과 단정함을 보이셨고 학생들과 함께 하며 다정다감했던 참 스승이셨다. 가정형편 때문에 상급학교에 가지 못하는 인재들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서남부 농촌지역을 구석구석 찾아 다니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기만 하다. 논길을 걷고 산 언덕을 넘으시면서 학부모를 만나고 상담하기를 얼마나 하셨는지.. 해가 서산에 지는 줄도 모르고 다니시다가 어두운 밤이 되거든 빵 하나로 주린 배를 달래신 채 비좁은 봉고차 안에서 움츠리고 같이 잠을 청하시던 그 때의 모습, 사재를 털어 장학금을 마련하여 당시에 교육 수혜에서 소외되어 있던 농촌지역의 여학생들을 우수한 인재로 육성하려 애쓰시던 노력이 이제는 명실상부한 서남권 최고의 명문 영암여자중·고등학교로 우뚝 서게 하였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전국의 우수한 명문대학교에 수많은 학생들을 합격시킴으로써 이 지역 최고의 명문 인재육성의 요람이 되는데 선생께서는 일생을 다 바치셨다.
영암여자중·고등학교의 설립이념 보은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그 은혜에 보답하는 길인가를 더 생각나게 한다. 선생께서 손수 삽질하여 심으신 교정의 동백꽃은 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려 한다. 학교 설립자 고(故) 민당 선생께서 싹 틔운 건학이념을 받들어 영암여고 개교 50주년을 기하여 영암을 넘어 전남교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동백꽃처럼 참된 교육의 열매를 맺기를 기원한다.
민족교육자이시고 농촌 계몽 운동가이신 학교 설립자 故 민당 김석문 선생의 영면 20주기를 기리며 삼가 바칩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