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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의 개념은 18세기 프랑스대혁명 시기에 처음 등장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혁명세력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입법기관인 “국민공회”가 설립되었는데 당시에 급진개혁을 주장하는 “자코뱅파”가 왼쪽에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지롱드파”가 오른쪽에 앉게 되면서 “좌파”와 “우파”라는 용어와 함께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진보와 보수의 이념은 산업화, 도시화, 노동운동을 거치고 식민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이 독립하면서 세계 정치사의 중심사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진보와 보수는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진보는 변화와 개혁을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반면에 보수는 기존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고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적으로 사회를 발전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이념의 차이는 우리 사회 여러 문제에 대해 진보와 보수가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진보는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의 재분배를 통한 사회적 평등을 구현해야 한다고 한다. 부자들에게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여 그 재원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를 확대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여 저소득층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등 빈부 격차 해소를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국가는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소득을 재분배하고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보수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중요시한다. 개인이나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 경제활동을 보장함으로써 시장이 활성화되어 경제가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국가는 경제활동 개입을 최소화해야 하고 세금감면, 노동 유연성 확보, 규제 완화 등 시장보호와 친기업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진보는 성장보다는 분배를, 보수는 분배보다는 성장을 더 중요시한다.
사회정책에 있어서는 진보는 사회적 평등과 인권을 강조한다. 장애인차별금지, 여성의 권리보장, 성 소수자나 이민자 보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반면 보수는 전통적인 가치와 가족 중심 문화를 중시하고 안정적인 사회질서 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교육정책에서도 진보는 평등한 교육기회 실현을 목표로 한다. 학교 간 서열을 없애기 위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자사고, 특목고 등 소위 엘리트 학교 폐지를 주장한다. 반면에 보수는 경쟁과 선택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사립학교를 지원하고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 확대를 위해 엘리트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외교 안보에 있어서도 진보는 강대국에 의존하기보다는 유엔, 국제기구, 다자간 조약 등 국제사회 협력과 연대를 통한 평화 외교를 강조한 반면 보수는 강대국과의 강력한 동맹을 통해 국가안보를 든든하게 하고 군사력을 강화하여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는 등 힘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진보는 햇볕정책처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려고 하는 반면 보수는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북한을 제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더라도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진보와 보수는 방법론상 차이가 있을 뿐이지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고 국가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목표는 같다. 따라서 진보와 보수는 다투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두 바퀴 축으로 서로 경쟁하고 보완을 하면서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는 정치이념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는 이념의 본질을 떠나 자신이 지지하는 쪽은 옳고 반대쪽은 그르다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빠져 정책대결보다는 서로 상대진영을 비난하고 흠집 내는 극단적인 대치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해묵은 지역감정이 진보와 보수를 이념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갈라놓았다. 같은 역사와 지정학적 배경을 가진 넓지도 않은 나라에서 호남은 진보, 영남은 보수가 주류를 형성해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호남이 진보화되고 영남이 보수화되어야 할 이유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지역감정이 국민들의 정치이념 선택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탄핵정국에서 나타난 아스팔트 극우세력의 광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면 이들은 정치이념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비 종교집단의 주술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시대는 변화하고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때로는 진보정책을 때로는 보수정책을 필요로 하게 된다. 따라서 국민들은 진보와 보수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자신이 지향하는 정치적 견해에 따라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을 선택함으로써 진보와 보수가 정책대결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진보와 보수를 볼 수 있는 안목과 식견을 높여야 한다. 정치인들의 선동에 흔들리고 편파적이고 무책임한 유튜브 늪에 빠져 정치적 판단이 흐려질 때 우리는 또다시 민주주의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