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나눈 ‘첫사랑’ 같은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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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나눈 ‘첫사랑’ 같은 수업

삼호중앙초 김형남 교장, 정년퇴임 앞두고 마지막 과학수업 진행

오는 8월 말 정년퇴임을 앞둔 삼호중앙초교 김형남 교장이 지난 6월 10일 5학년 1반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수업을 진행했다.

김 교장의 이날 수업이 특별했던 것은 오랜 교직 생활의 마지막 수업이자, 김 교장의 첫사랑과도 같은 ‘과학수업’이었기 때문.
젊은 시절부터 ‘과학’을 누구보다 사랑했다는 김형남 교장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마다 실험 하나 설명 하나에도 늘 진심을 담았다고 회고했다. 교사 연수와 각종 과학 강의에도 직접 강사로 나서는 등 과학 교육 발전에도 헌신해왔다.

이런 김 교장이 마지막 수업으로 선택한 주제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양파 껍질 세포’.
“자, 이제 여러분은 대한민국 최고 과학자입니다. 대한민국의 90%를 이끌어갈 10%의 리더들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 과학수업은 여러분이 최고의 과학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준비한 슬라이드와 현미경을 교실 앞에 두고 다시 ‘과학 선생님’의 눈빛으로 교실에 들어선 김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교장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마치 실제 연구원이 된 듯 자세를 고쳐 앉고, 양파 껍질을 조심스레 자르며 세포 관찰 표본을 만들었다. 잠시 후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보인다! 보여! 저게 진짜 세포예요?”
“세포핵도 보여요! 진짜로 세포 방의 주인이 있네요. 완전 신기해요!”
아이들의 눈이 반짝일 때마다, 김 교장은 조용히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40여년 전 패기 넘치던 한 교사가 교단에 처음 섰을 때의 두근거림이 교실 안에 다시 퍼지는 듯 했다.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은 너도 나도 김 교장과 기념사진을 찍자며 법석이었다. 팔에 매달려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에게서 두 시간 남짓한 김 교장의 마지막 수업이 얼마나 깊은 여운으로 남았을지 가늠할 수 있었다.
이승범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마지막 과학수업 | 삼호중앙초 김형남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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