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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생각이지만, 어쩌면 코로나는 그 가속 속도를 위한 수단이지 않았을까 라는 것이 필자의 가설이다.
분명한 사실은 코로나가 기술을 자극했든, 시대 변화를 강제로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었든, 팬데믹을 기점으로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는 그 성능 보고 “혁신”또는 “혁명”이라 감탄했다. 그 후 알파고가 난데없이 나타나 인간을 제압하며 충격을 안겨주었을 때에도 세계는 놀라움에 빠졌다. 흔히 영화에서나 볼법한 인공지능 로봇들이 곧 인류를 점령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공포감마저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 당시에 수많은 LLM(대규모 언어 모델)이나 메타버스 같은 개념들은 아직 “실험” 단계였다. 세상을 완전히 바꿀 만큼 또는 인류를 위협이나 공포를 줄 만큼의 성능이라 보기 힘들었고 네임드와 존재감에 비해 무게감 또한 없었다.
그러던 중 2019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고 온 세상을 멈춰 세웠다.
지구촌은 온 택트, 재택근무, 원격수업과 회의, 비대면 유통소비가 자연스레 자리 잡았고 그에 따라 디지털 시대 전환은 강제로 앞당겨졌다. 준비되지 못한 사회와 기업은 뒤늦게 관련 전문 인력을 수혈했고, 한때 적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IT 엔지니어들의 몸값은 폭등하며 귀한 몸이 되었다.
정부의 정책 지원, 자금 지원, 기업의 대규모 채용이 이어졌지만, 사전에 준비된 교육이나 충분한 기술력을 가진 인재 풀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기존의 전문 인력들이 스스로 새로운 4차 산업 기술을 익히거나 비전공자들이 훈련에 투입되어 시대 전환 속 인력 공백을 강제적으로 메워야 했으며, 지금도 Ai나 블록체인 채용시장에선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Ai, 블록체인 분야의 강대국이자 전문 인력들을 오랜 세월부터 육성해온 미국, 중국, 인도, 중동 와 비교해도 당시 한국은 너무 초라하기 짝이 없었으며, 현재도 그러한 강대국들에 비해 인프라 구축이 빠른 편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 이전 당시 주목받은 기술들은 사실 혁신보다는 업그레이드 성격이 강했다. 클라우드, 원격 협업 툴, 전자결제 시스템 등은 이미 존재하던 기술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은 사회적 수용 속도를 강제적으로 끌어올렸다. 기술의 진보가 완만하다면, 사회적 채택은 충격 사건을 계기로 가속화된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빨라야 2030년 즈음 본격화되지 않았겠냐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는 항상 이러한 계기사건을 통해서 산업이 180도로 바뀌었다. 14세기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줄이며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임금 노동 체제를 확산시켰고 18~19세기 산업혁명은 나폴레옹 전쟁, 국제 무역 갈등, 석탄·철강 수요가 맞물리며 촉발되었으며, 2차 세계대전은 냉전과 군수산업, 우주 경쟁을 낳았고, 인터넷과 반도체의 토대가 그 시기에 활발히 형성됐다.
그리고 코로나19는 디지털 전환을 10년 앞당기며 AI, 원격 협업, 클라우드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웠다.
이처럼 인류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는 늘 위기와 충격적인 사건이 동반되어 그 계기로 이루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계기 사건은 어떤 곳에서부터 발생할까. 이미 여러 전조가 세계에서 감지된다. 미·중 패권 경쟁은 반도체, AI, 우주 패권을 둘러싼 신냉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군수·사이버·우주 기술의 급속한 발전의 원료가 될 것이다.
기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산불과 홍수, 해수면 상승 같은 재난은 재생에너지·탄소중립 산업을 강제 전환시키고, 식량·물 부족은 스마트팜, 대체단백질, 해수 담수화 같은 농업 혁신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보건·생명과학 분야도 유력하다. 차세대 팬데믹이 발생한다면 원격 의료, mRNA 백신, 유전자 치료, 바이오 보안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또 일본·한국·유럽이 직면한 초고령화 사회는 AI 간병과 생명연장 산업을 촉발할 것이다.
기술 분야에서도 대전환의 가능성도 크다. AGI(범용 인공지능)의 현실화는 노동·교육·법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양자컴퓨팅의 상용화는 암호체계를 무너뜨려 새로운 보안·금융 인프라를 강제할 수 있고 우주 탐사와 거주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새로운 우주 냉전이 경제·산업·군사 질서를 다시 그릴 수도 있다.
금융·경제 분야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달러 패권의 약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경쟁은 통화 질서를 흔들 수 있다. 더 나아가 각국 정부가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 통화나 스테이블코인을 주도적으로 채택한다면 금융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는 항상 역사의 교훈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배운다. 시대의 전환은 대체로 합의나 논의의 결과가 아니라, 강제성과 불가피성을 동반한 충격적인 사건 속에서 이뤄진다. 반대나 저항은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고, 대다수의 동의속에 소수들은 그 흐름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당시 강제적 동의가 오늘날의 변화를 가능케 했다는 것이 필자의 피셜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또 다른 계기 사건을 마주할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있다면, 그 전환의 과정에 더 이상 인류의 큰 희생을 대가로 하지 않기를, 항상 급변하는 위기를 통해서만 혁신이 강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며, 정부와 지차체에서는 그런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보다 넓은 시야와 빠른 정보를 갖추어 국민, 그리고 국가 안전에 만전을 기여하길 요구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5.10.3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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