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사람과의 지혜로운 관계를 통한 행복한 여정

정두배 세한대학교 휴먼서비스학과 교수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피할 수 없이 마주치는 이들이 있다. 나와 가치관이 다르거나, 무례하게 구는 사람, 혹은 이유 없이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는 이들. 우리는 이들을 '불편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자기계발서나 조언은 “거리를 두라”, “관계를 끊어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직장 동료, 가족, 혹은 오래된 인연이기에 계속해서 마주쳐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나를 지키고, 동시에 행복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을까?

첫째로, 감정의 ‘관찰자’가 되어보는 것입니다.
불편한 사람과 마주할 때 드는 감정—분노, 짜증, 서운함—은 대부분 자동 반응이다. 여기서 첫 번째 지혜는 ‘자동 반응’을 ‘의식적 선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감정을 억제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마치 영화 관객이 되어 내 감정을 바라보는 것. 이 작은 거리두기는 내면의 균형을 지키는 데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질문’을 통해 이해를 넓히는 것이다.
불편한 사람은 대개 내가 예상한 틀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럴 때 “왜 저래?”라는 비난성 질문보다는, “저 사람은 왜 저런 방식으로 행동할까?”라는 탐색성 질문을 던져보자. 이 질문 하나가 상대를 ‘문제’에서 ‘이해의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의도적으로 상대의 서사를 상상해보는 습관은 관계에 숨통을 틔운다.

셋째로, ‘숨은 기능’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이다.
놀랍게도 불편한 사람은 종종 우리에게 중요한 삶의 교훈을 안겨준다. 가령, 경계 설정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선 긋기’의 필요를 일깨워주고,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자기 보호’의 기술을 익히게 한다. 불편함 자체가 나를 성장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사포처럼 나를 거칠게 다듬지만, 결국 더 단단하고 매끄러운 형태로 만들어주는 존재라고 볼 수도 있다.

넷째로, ‘관계의 기술’을 실험하는 연습장으로 삼아보자
불편한 사람과의 관계는 감정 노동이지만, 동시에 나의 ‘관계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살아있는 실험장이다. 예컨대, 정중하지만 단호한 거절, 유머를 통한 갈등 완화, 말 없는 동의 거부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과는 시도하기 어려운 실험이 불편한 관계 속에서는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나의 기준’을 선명히 하는 것이다.
모든 관계는 나의 ‘자기 인식’에서 출발한다. 상대를 바꾸려는 욕구는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대신, 어떤 상황에서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지, 어떤 경계를 넘었을 때 상처를 받는지를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편한 사람은 나에게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마지막으로 ‘가까움’이 아닌 ‘균형감’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종종 관계의 이상형을 ‘가깝고 친밀한 사이’로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그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적절한 거리 유지’다. 불편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완전히 끊기보다, 나에게 맞는 심리적 거리를 설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필요할 땐 한 걸음 물러나고, 할 말을 할 때는 침묵하지 않으며, 의도적으로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다. 이것은 차가운 단절이 아니라, 나와 타인을 모두 존중하는 ‘관계의 온도 조절’이다. 때론 거리를 둬야 진심이 보이고, 선을 그어야 상호 존중이 시작된다.

불편한 사람은 우리 삶의 ‘방해꾼’이 아니라, ‘잠재적 스승’일 수 있다. 그들과의 관계를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다면, 삶의 여정은 훨씬 더 단단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어쩌면 진짜 성숙은 불편한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조금씩, 행복한 여정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