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뮤지컬 무엇이 문제인가
검색 입력폼
 
자치/행정

산수뮤지컬 무엇이 문제인가

장흥군 “현실성 없다” 일치감치 포기, 수요추정 등 엉망…곳곳 타당성 결여

“지자체 나설 사업 아니다” 원점 재검토 절실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 사업(이하 산수뮤지컬)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군의회의 ‘산수뮤지컬 국립공원 대체부지 조성비’ 삭감이 그 시발점이긴 하지만 이에 훨씬 앞서 군이 ‘산수뮤지컬 토지매입비’를 전용해 이미 대체 편입지를 사들인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군민들은 산수뮤지컬이 무슨 사업인지, 타당성은 있는지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 타당성 조사를 했으면서도 정작 공청회 등 군민들에 대한 설명과 설득과정은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산수뮤지컬이 무슨 사업인지, 타당성은 있는지, 영암에 꼭 필요한 사업인지에 대해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주
산수뮤지컬은 영암읍 개신리 사자저수지에 수상무대를 만들어 뮤지컬을 공연하겠다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490억원으로 290억원은 공연장 조성비고, 200억원은 콘텐츠 개발비다. 중국 광서성 계림의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 항주의 ‘인상서호(印象西湖)’, 운남성의 ‘인상여강(印象麗江)’ 등이 모티브지만 규모나 자연경관 등 사업여건을 비교하면 산수뮤지컬은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6월 제출된 타당성 조사보고서는 ‘산수뮤지컬이 광주 전남에서 비교적 용이하게 접근 가능하고, 전남 및 경남을 비롯한 남부지역과의 접근성을 고려할 때 전남의 대표적 관광명소로서 영암군의 핵심 관광자산 역할이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파급효과로 생산유발 392억원, 부가가치 175억원, 수입유발 20억원, 고용유발 1천116명(건설업 516명, 콘텐츠 600명) 등으로 분석했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었을 경우 5년 뒤인 2015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어디까지나 추정치인 만큼 지금 시점에 가부를 판단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보고서가 수요추정의 근거로 잡고 있는 연간 관광객 총량이나 문화 예술 공연의 관람수요가 곧 산수뮤지컬 관람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 자체부터 큰 무리가 있다. ‘맘마미아’나 ‘명성황후’ 등 국내 대표적인 뮤지컬들은 서울, 부산 등지에서는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지만 유독 광주에서만큼은 객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해 흥행에 참패하곤 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미 세계적인 미술축제가 된 광주비엔날레도 그 이면에는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한 입장권 판매가 항상 문제가 될 정도다.
뮤지컬 공연이 성공했다고 보려면 객석점유율이 80% 이상은 돼야 한다. 산수뮤지컬의 총 객석이 3천552석이고, 연중 250일 공연계획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영암과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광주에서 대형 뮤지컬 공연들이 참담한 흥행결과를 낳는 마당에 매회 100명의 관람객을 채우기도 어렵다는 것이 공연기획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더구나 제작하겠다는 뮤지컬의 실체도 아직 모호하거니와 인근 주민들을 교육해 뮤지컬 배우로 쓰겠다는 발상 역시 중국을 모방한 것일 뿐 그 타당성 검토는 빠져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보고서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중국에서 성공사례가 있으나 영암에 대한 지역적 거리감이나 지역 내 지원 및 편의시설 부족 때문에 관광객의 선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사업에 경험이 있는 사업 참여주체가 부족해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무엇보다 산수뮤지컬에 대해 군의회 의원들이나 일부 군민들이 타당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이유는 이 사업이 영암보다 여건이 더 나은 인근의 장흥군이 ‘타당성이 없다’며 포기한 사업이라는 점에 있다.
실제로 사업성 검토를 위해 중국 현지를 방문하기까지 한 이명흠 장흥군수는 “한마디로 현실성 없는 사업”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이 수조원을 투입해 공연 회사를 만들고 투자한다면 모르나 수백억 투자여력뿐인 지자체의 힘으론 어림없는 사업이며 지자체가 절대 나서서는 안 될 사업”이라는 것이다. 물론 장흥군이 포기했다고 해서 영암군이 나서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인근에서 포기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더욱 세심한 타당성 검토가 있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군민들에 대한 설득작업도 반드시 거쳐야할 일임은 당연한 일이다.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