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필자의 느낌은 그 뿐이었다. 물론 필자는 뮤지컬을 평가할만한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더구나 예술 거장들의 작품을 꿰뚫어볼 눈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다만 필자의 느낌이 ‘그 뿐이었다’는 것은 계림의 ‘인상 유삼저’가 한번쯤 볼만한 큰 구경거리이기는 했다는 얘기다. 아쉽게도 다시 보고 싶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는 얘기이기도 하. 이는 어디까지나 비전문가인 필자의 느낌일 뿐이지만 그 이유는 대략 이렇다.
우선은 ‘인상 유삼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없었다. 스토리의 진행과정을 소개하는 줄거리도 없었다. 영어로라도 장면 장면마다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 북’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비단 나만의 의견은 아니었다. 뒤늦게 현지가이드를 통해 안 사실이지만 인상 유삼저의 관객은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뮤지컬을 이해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이들 대부분이 공연에 몰입하거나 장면장면에 빠져드는 것 같지는 않았다.
현지가이드는 ‘인상 유삼저’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계림의 핵심 관광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당연한 지적이었다. 인구 1만의 농촌마을 양삭을 계림을 뛰어넘는 관광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상 유삼저’는 앞으로도 수많은 관광객들을 양삭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것임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한번 관람한 관광객이 ‘인상 유삼저’ 때문에 또다시 양삭을 방문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이런 느낌은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 하나만으로 사시사철 관광객 몰이를 해야 하는 영암의 경우에 비춰볼 때 중요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영암의 산수뮤지컬이 공연될 월출산 사자저수지는 이강 2km구간과 주변 12개 봉우리의 거대한 실경(實景)이 만들어내는 장관과 결코 견주기 어렵다. ‘인상 유삼저’의 조명과 음향장치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영암의 사자저수지에 설치할 조명 및 음향장치는 이를 훨씬 뛰어넘어야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뭐니 뭐니 해도 뛰어난 작품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엉성한 스토리에 산만한 레이저 광선을 이곳저곳에 쏘아대는 식의 구성이거나, ‘인상 유삼저’를 모방하는 식이어서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벤치마킹’은 미국의 ‘포춘’지가 쉽게 아이디어를 얻어 새 상품 개발로 연결시키는 기법을 말한다. 토목분야에서 강물의 높낮이를 측정하기 위해 정한 기준 점인 벤치마크(benchmark)에서 따왔다. 특정분야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업을 표적으로 해 자사와 성과차이 등을 비교하고,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표적으로 삼은 기업의 운영프로세스를 습득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기법을 말한다.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은 김일태 군수가 직접 밝혔듯이 중국 계림 양삭의 ‘인상 유삼저’를 벤치마킹했다. 벤치마킹은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뛰어넘는 것이다. 인구 1만명에 불과한 양삭이 ‘인상 유삼저’로 계림을 능가하는 관광도시가 됐으니 우리도 산수뮤지컬을 하면 관광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인상 유삼저’와 같은 인상시리즈를 훨씬 뛰어넘는 전략이 없다면 실패는 불 보듯 뻔 한일이다.
/글·사진=이춘성 기자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