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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점고 육성 배경
학생수 감소와 대학입시제도의 변화가 거점고 육성의 주된 배경이다. 특히 학생수 급감은 전남교육의 미래를 좌우할 ‘발등의 불‘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전남인구는 2010년 191만여명으로 2000년말 대비 6.0% 감소했다. 2020년까지 매년 2.0%의 감소 추이를 보일 전망이다. 당연히 학생수(초·중·고)도 2011년 현재 25만9천여명으로 1990년 대비 54.8% 감소했다. 이로 인해 전남은 현재 100명이하의 소규모학교가 초 231개교, 중 121개교, 고 28개교로 전체 학교의 무려45.7%를 차지하고 있다.
고등학생수는 더 큰 문제다. 2011년 현재 7만2천422명에서 2020년에는 4만5천874명으로 36.7%인 2만6천548명의 학생수 감소가 예상된다. 학교들이 소규모화 되어 교육과정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영암도 예외가 아니다. 2011년 현재 1천458명인 고교생수가 2020년에는 1천4명으로 31.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거점고 육성의 또 다른 계기는 2014년 수능 개편이다.
올해 고교 1학년 신입생들이 3학년이 되었을 때 응시하게 되는 2014학년도부터는 수능시험이 개편,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은 수준별 시험이 도입된다. 하지만 농어촌 소규모 학교는 교과교실제 운영과 과목별 교사 확보가 어려워 수준별 수업을 할 수 없어 심각한 교육의 질 저하와 교육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학교 소규모화로 다수의 학교에 상치 및 순회교사가 배치, 정상적인 교육과정운영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거점고로 선정된 학교에 대폭적인 인적·물적 지원을 통해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교육경쟁력을 강화함은 물론 교육문제 때문에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 어떤 지원 이뤄지나?
거점고로 선정된 학교에 대해서는 시설 실태조사를 거쳐 일반교실 및 주요 과목 수준별 수업을 위한 교과교실 등을 확충하게 된다. 또 전자칠판, 전자교탁, 디지털 화상기, 음향 시스템, 학생 테블릿 PC지원, 교원 노트북 지원 등 스마트 교육기반을 구축하며 기숙사, 교직원 사택 등 정주기반시설 확충 등을 위해 학교여건에 따라 60-70억원을 지원한다.
교육과정운영은 자율권이 부여되는 것이 특징이다. 선진형 교과교실제 운영에 따른 수준별(3+1제 및 2+1제) 교육과정 운영, 맞춤형 진학지도 및 컨설팅 지원, 개별학력관리 프로그램 운영 등이 이뤄진다.
학교장은 공모 또는 전보로 임용되고 장기근무제가 마련, 3년 주기로 성과를 평가하게 된다. 교원에 대해서는 50%를 학교장 초빙 및 장기근무제로 운용하며 상여금 국외연수 승진가점 등 성과인센티브가 제공되고, 교과교사 및 영양·보건·사서교사도 충원한다.
특히 거점고로 유입되는 원거리 학생들에 대해서는 통학차량 운행, 기숙사비 지원 등으로 학생 부담을 최소화 할 계획이다.
■ 거점고 지정원칙
도교육청이 정한 거점고 지정원칙은 시군별로 일반계고 1교, 특성화고 1교씩을 각각 육성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도시권으로 분류된 목포, 순천, 광양시 등 3개 시는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여수는 도시권이지만 농어촌지역이 많아 포함됐으며, 진도군은 일반계고가 없어 특성화고만 거점고 육성계획이 추진된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도내 22개 시군 156개교(공립 109개교, 사립 47개교) 가운데 거점고 육성대상은 19개 시군 103개교(공립 80개교, 사립 23개교)가 해당하는데, 도교육청은 사립 23개교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사립학교의 정리 및 육성근거를 마련해줄 것을 교육과학기술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결국 도교육청의 거점고 육성대상은 19개 시군 공립학교 80개교로 이 가운데 일반고 39교는 18개교로, 특성화고 41교는 19개교로 통폐합되게 된다.
■ 영암지역 거점고 육성 전망
영암교육지원청의 분석에 따르면 영암고, 삼호고, 낭주고, 영암여고 등 일반고 4개교와 전자과학고, 구림공고 등 특성화고 2개교의 신입생 정원대비 과부족은 올해 특히 두드러졌다. 2009학년도에는 29명, 2010학년도 42명 등이었으나 2011학년도에는 중학교 졸업생 659명 가운데 74명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면서 입학예정자가 585명에 불과했다. 6개 고교 입학정원이 718명임을 감안할 때 신입생 정원대비 과부족이 133명이나 된 것이다.
이 같은 과부족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폭이 커질 전망이다. 2012학년도에 171명, 2016학년도 202명, 2020학년도 383명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 결국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0학년도에는 고교 입학 예정자가 겨우 335명으로 2개 학교 정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될 전망이다.
이런 전망을 토대로 구상된 영암지역 거점고 육성방안은 일반계고 3곳과 특성화고 2곳을 각각 1곳으로 묶는 식이다. 영암여고는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성화고의 경우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나 일반계고의 경우 의견이 벌써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통합의 주체가 어느 학교가 될 것이냐에 대해 지역 교육계는 영암고나 삼호고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영암고의 경우 학생 및 학급수나 전통과 역사에 있어 거점고 지정요건을 갖추고 있고, 삼호고는 신설학교이기는 하지만 대규모 산업단지를 끼고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도시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타 지역 출신 학생들까지 유인해낼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 파장은?
하지만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면 그 파장은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우선 통폐합의 대상이 되는 낭주고의 학생과 학부모, 동문회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영암고와 삼호고 둘 중 하나를 폐지하는 일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지역 내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암고를 존치할 경우 신설된 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삼호고를 폐지하는 심각한 정책적 모순이 발생하는데다 삼호읍민들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고, 그렇지 않아도 타 지역 고교로의 유출이 심각한 삼호지역 중학교 졸업생들의 외지로의 ‘유학’을 막을 길이 없어진다. 이는 존치된 영암고의 학생모집에까지 영향을 줘 결국 거점고 육성정책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반대로 삼호고를 존치할 경우 삼호지역의 미래 발전가능성에 부합하고 외지 학생들까지 영입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학령인구추이 분석결과 삼호읍의 경우 2002년 551명에서 2010년 797명, 2020년 847명으로 늘어나는 반면 삼호읍을 제외한 영암군의 경우 2002년 1천581명에서 2010년 1천215명, 2020년 687명으로 급속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에 이 방법대로라면 영암을 대표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고교가 없어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영암고 총동문회는 벌써부터 거점고 육성방침에 거센 반발조짐을 보이고 있다.
■ 어떻게 풀어야 하나?
영암교육지원청은 빠른 시일 내에 ‘영암지역 거점고 육성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거점고 지정을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객관적이고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협의회 구성에 고심하고 있으나 논란과 반발을 어떻게 수렴하고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문회의 반발에다 지역갈등으로까지 비화할 경우 자칫 지역교육청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점고 지정문제가 이런 식으로 잘못 진전되어서는 영암교육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 상태대로라면 영암지역 대부분의 고교가 2020년이면 학년 당 50명도 채 안 되는 ‘초미니학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문회 역시 이대로 두어도 언젠가 학교가 존폐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지역사회 각계각층이 해법모색에 솔선하는 방법 외에는 도리가 없다. 우선은 세 학교의 현황과 미래를 꼼꼼히 점검하고 예측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문가들의 분석과 조언도 들어야 한다. 결단은 대승적으로 내려야 한다. 지역이기주의나 동문이기주의는 절대 금물이다. 결단에 꼭 필요한 잣대는 영암 교육의 미래다.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