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월출산 케이블카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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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된 월출산 케이블카 어디로?

군, “시범사업 필요성 판단일 뿐” 재추진 의지

추진위, 7만군민서명운동·재심의 등 요구키로
환경부가 월출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개설과 관련해 ‘시범사업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데 대해 영암군과 ‘월출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추진위원회’, 군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군은 환경부가 지적한 부결사유인 ‘탐방객이 적다’는 문제와 ‘상부체류공간이 좁다’는 이유는 시범사업의 필요성을 판단한 기준일 뿐이지 케이블카 개설 자체를 발목 잡는 이유는 아니라고 보고 보완작업을 거쳐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나서 주목된다.
환경부는 지난 6월26일 케이블카(삭도) 시범사업 선정을 위한 제97차 국립공원위원회(위원장 환경부차관)를 열고 한려해상 사천을 해상형 시범사업으로 선정한 반면 지리산 4곳과 설악산, 월출산 등 내륙형 6개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모두 부결했다.
특히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리산과 설악산에 대해서는 시범사업 필요성을 인정, 환경성 등의 부적합 사유를 해소하는 등 사업계획을 다시 제시할 수 있다고 밝힌 반면 월출산에 대해서는 아예 시범사업 필요성이 없다며 사업계획 보완기회마저도 박탈했다.
국립공원위원회가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은 4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인 ‘환경성’이다. 2011년 탐방객이 34만명 수준으로 내륙형 국립공원 중 가장 적고, 삭도설치와 연계해 폐쇄할 계획인 산성치 탐방로 이용객도 연간 3만5천명 수준이어서 시범사업 및 탐방로 폐쇄의 실익이 적다고 본 것. 또 상부체류공간이 좁아 대규모 시설공사에 따른 경관자원의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하면 당초 군이 가장 우려했던 대로 내륙형 국립공원 중 가장 면적이 적은 월출산에 케이블카 시범사업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자연공원법과 환경부가 제시한 케이블카 설치 관련 각종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환경성 뿐 아니라 공익성, 경제성, 기술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가이드라인에 위배되지 않을 경우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놓고 엉뚱하게도 국립공원의 규모가 작다거나 탐방객이 적다는 잣대를 들이댄 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런 환경부의 결정이 소백산이나 치악산 등 소규모 국립공원에 대한 케이블카 개설을 원천차단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월출산이 그 피해를 입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계획 보완기회까지 박탈한 것도 같은 의도에서라는 분석이다.
환경부가 향후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 가능성에 대해 여지를 남긴 것이 있다면 ‘탐방객 급증 등 상황 변화가 있을 경우에 논의가 가능하다’ 정도다. 애매하기 짝이 없는 지적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 들어 자연환경보전을 주된 임무로 하는 환경부가 케이블카 시범사업을 추진한 사실 자체가 모순이었다. 결국 내륙형의 경우 모두 무산되게 됐지만 정권이 바뀌면 관련 정책 또한 바뀔 것으로 보는 이유다. 군도 이점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하다.
더구나 케이블카를 설치해 탐방객으로 인한 환경훼손을 예방하겠다며 원하는 지자체들에게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게 하고 환경성과 경제성 평가를 위해 수천만원의 예산을 쓰게 한 일은 따지고 들면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이었다. 따라서 내륙형 국립공원 6곳 모두 부적합하다고 결론지은 환경부 결정은 지자체들을 농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립공원위원회 직후 김일태 군수가 윤종수 환경부차관에게 강력 항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월출산 케이블카는 환경부 입장에서는 탐방객이 적어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없을 수 있으나 자연환경보전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적으로 꼭 필요한 숙원사업”이라면서 “상부체류공간이 좁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노선을 일부 변경하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문제인 점에서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재추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월출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추진위원회 전갑홍 위원장도 “앞으로 7만 군민서명운동 등을 통해 영암군과 환경부 그리고 국립공원위원회에 강력히 촉구하여 반드시 재심의 등을 통해 우리 월출산에 케이블카를 설치, 노약자, 어린이, 장애인 등 신체적 약자에게도 국립공원 100경 중 4경에 속한 아름다운 월출산 국립공원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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