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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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의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 안팎

승자 5명의, 승자 5명에 의한, 승자 5명을 위한’투표 전락
의장단선거 때 나돈 상임위원장 나눠먹기 의혹 사실로 확인
제6대 영암군의회 후반기 의정활동의 시작이었던 제209회 정례회가 지난 7월18일 상임위원회 구성을 끝으로 폐회했다. 당초 예상했던 대로 의장 및 부의장 선거의 후유증이 심각했다. 특히 상임위원장 세 자리 모두 이른바 승자(勝者)들이 독식하면서 후반기 의회운영이 이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연일 의장의 당선 일성(一聲)이었던 ‘소통과 화합, 봉사와 섬김의 의정활동’은 진즉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 의사일정 변경안부터 ‘5대3’
승자들의 독주(獨走)는 상임위원회 위원 선임 및 상임위원장 선거를 다음 회기로 미루자는 ‘의사일정 변경안’ 처리부터 시작됐다. 이른바 패자 쪽인 김철호, 이보라미, 유영란 의원 등 3명이 서명한 발의에 대해 김연일 의장은 그 취지문을 숨 가쁘게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는 토론할 사유가 없다며 곧바로 거수를 통한 찬반표결에 들어갔다. 결과는 당연히 찬성 3, 반대 5로 부결됐다.
나중에 받아본 의사일정 변경안 발의취지는 이랬다.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뭉친 몇몇 의원들이 3인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배분하려 한다는 설이 떠돌고 있고, 이는 의회 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합리적 의회 운영과 군민의 뜻에 반하므로, 의회의 화합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다음 회기 때 심도 있는 협의 후 처리하자’는 것이다.
전반기 상임위원장의 임기가 오는 7월21일 만료된다는 점에서 다음 회기 전에 상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백번 맞다. 하지만 다음 회기는 내주 중으로 예정되어 있다. 8월은 여름휴가철이어서 의회를 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 의원의 발의취지대로 의장단 선거를 둘러싼 후유증이 심각한 상태고, 무엇보다 8명에 불과한 의원들 사이의 관계가 매우 껄끄럽다. 상임위 구성을 4∼5일 연기한다고해서 의사일정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아닌 상황이다. 걱정할 일이 있다면 의장 선거를 계기로 똘똘 뭉친 승자들의 연대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뿐이었다. 물론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는지는 군민들이 판단할 일이다.
■ 상임위원 선임도 속전속결
의장이 추천하도록 된 상임위원회 위원 선임도 의원들 사이에 의견수렴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이보라미 의원이 “특정 상임위원회에 소속되어서는 안 될 의원이 있을 수 있다”며 충분한 협의를 요구, 잠시 제동이 걸렸을 뿐이다.
황망하게 정회를 선포한 김 의장이 이 의원 등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 대다수 의원들은 본회의장 밖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배석한 공무원들과 잡담을 나눴다. 의장석에 돌아온 김 의장의 일성은 ‘문제될 것이 없다’였고, 의장의 의중대로 상임위원 선임은 순식간에 끝났다.
본회의가 끝난 뒤 이보라미 의원은 “특정 의원의 경우 특정위원회 위원이 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만큼 신중하자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의원은 특정의원을 거명했고, 해당 의원은 대표 등의 직위를 가족에게 넘겨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상임위원 선임이 아무리 의장의 권한이기는 하나 최소한 의원들 전체가 모여 상임위 구성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요식행위는 필요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 상임위장 나눠먹기도 예상대로
의장단 구성이 끝난 뒤 떠돈 의혹 가운데 하나였던 ‘상임위원장 나눠먹기’도 사실로 드러났다. 당초 의회운영위원장은 박영배 의원, 경제건설위원장은 김영봉 의원, 자치행정위원장은 김점중 의원이 맡을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으나 운영위는 김점중, 자치행정위는 김영봉, 경제건설위는 박영배 의원이 맡는 것으로 살짝 변화(?)를 줬을 뿐이다.
특히 이번 상임위원장 선거는 ‘승자 5명의, 승자 5명에 의한, 승자 5명을 위한’ 투표였다. 김철호, 이보라미, 유영란 의원 등은 세 차례 투표에서 시종일관 무효표를 던지거나 기권했고, 유효표는 승자 5명의 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김 의장을 비롯한 5명 의원들의 표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상임위원장 나눠먹기는 일사분란하게, 그것도 신속하게 처리됐다.
상임위원장들은 당선 인사를 통해 중책을 맡겨준데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특히 박영배 경제건설위원장은 당선을 예상했는지 미리 원고까지 준비해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신념으로 행복하고 희망 넘치는 영암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읽었다.
하지만 세 위원장 가운데 어느 누구도, 심지어는 의장까지도 승자 독식 구도가 된 상임위원장 선거에 대한 유감표명이나 다른 동료 의원들에 대한 배려의 말은 하지 않았다. ‘희망 넘치는 영암 만들기’는 그래서 요원하게 느껴졌다.
■ 의장·상임위장 선거제도 고쳐야
승자독식으로 끝난 후반기 의장·상임위장 선거에 대한 반성과 제도개선 필요성 제기는 승자들이 아닌 유영란 의원의 폐회 직전 발언에서 나왔다.
유 의원은 “이래서 야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며 “적어도 누가 출마했는지 알 수 있고, 학교 반장 선거에서도 하는 소견발표도 하자”며 개선을 촉구했다.
김 의장은 그제서야 겸연쩍은 듯 과거 이보라미 의원이 발의한 ‘회의규칙 개정안’을 상기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당시 개정안에 대해서는 운영위원회(위원장 김영봉 의원)에서 표결까지 가는 격론 끝에 부결, 본회의에 상정도 못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보라미 의원과 이에 동의한 김철호 의원 등 2명이 찬성한 반면 김영봉 위원장과 유영란, 김점중 의원은 물론 김연일 현 의장까지도 적극 반대했다(유호진 의원은 불참). 그 이유는 ▲(현행 방식으로도)잘되고 있는데 뭣 때문에 바꾸느냐는 것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곳이 전남에선 아직 4곳뿐이라는 점, ▲공감대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야말로 ‘반대를 위한 이유들’이었다.<본보 2011년10월28일자 보도>
의장단·상임위장 왜 탐내나?
의장단과 상임위장 지급 업무추진비 때문인 듯
의장 225만원 부의장 115만원 상임위장 75만원
의원정수가 고작 9명에 불과하고 장기입원 중인 최병찬 의원을 빼면 8명에 불과한 영암군의회에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가 나눠먹기의 대상이 된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다.
우선 의장의 경우 군수와 함께 그 지역을 대표하는 명예가 주어진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다.
하지만 부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은 이런 명예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장 선거에서 전리품으로 간주되며 나눠먹기 대상이 되는 것은 이른바 ‘업무추진비’ 때문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의장에게는 월 225만원이 지급된다. 또 부의장에게는 월 115만원이 지급된다. 의정비와는 별도로 지급되는 액수인 만큼 쏠쏠하다. 상임위원장에게도 월 75만원의 업무추진비가 지급된다. 승자들이 독식할 마음을 품을 만 하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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