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대표특산물 사상 최악 피해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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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영암 대표특산물 사상 최악 피해 이어지나

배 85∼90%, 대봉감·무화과 70∼80% 감수 사상 최대

대봉감은 4년 연속, 무화과는 2년 연속 ‘흉작’ 지역경제에 큰 타격
농작물재해보험 품목 확대, 피해산정방식 개선, 국비지원 상향해야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인해 영암의 대표특산물인 배와 대봉감, 무화과 등에 치명타가 우려된다.
특히 대봉감과 무화과는 지난해 냉해로 수확량이 40∼50%까지 감소한 바 있다. 대봉감의 경우 최근 들어 거의 해마다 감수(減收)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 태풍으로 인한 사상 최악의 피해는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영암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 농작물 피해현황
군이 집계한 농작물 피해상황에 따르면 벼의 경우 총 재배면적 1만5천800ha 가운데 740ha가 침·관수됐다. 이들 논은 곧바로 물이 빠져 대부분 수확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삼호읍과 미암면, 시종면 일대 간척지 벼논은 사정이 다르다. 3천250여ha에 흑수 또는 백수현상, 즉 벼 이삭마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이삭마름현상이 나타난 벼논은 거의 수확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쌍둥이 태풍이 동반한 강풍으로 쓰러짐 피해도 심각하다. 벼 25ha가 쓰러진 것을 비롯해 고추 30ha, 참깨 20ha, 두류 8ha 등 모두 83ha에 피해가 발생했다.
과수작물은 올해 수확이 거의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영암의 대표특산물 중 하나인 배는 총 재배면적 490ha 전체에 낙과피해가 발생했다. 군 친환경농업과는 감수피해가 무려 85∼90%에 이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낙과작업이 한창이나 그 처리도 여의치 않다. 재배농민들 가운데는 ‘영암배’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모두 수거해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가공용 등으로 유통해 손해를 조금이라도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문제는 낙과된 배 가운데 당도가 기준에 크게 미달된 상태로 유통될 경우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사)영암군농특산물판촉단은 당도가 그런대로 괜찮은 낙과 배를 수매해 가공, 판매함으로써 농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대봉감(떫은감)도 최악이다. 단감의 경우 총 144ha 재배면적 중 25ha에 낙과피해가 발생했다. 또 115ha에는 낙엽 등 파엽현상이 발생했다. 떫은감은 더 심각해 총 재배면적 620ha 전체에 파엽현상이 발생했다. 감의 경우 낙과보다도 파엽이 곧 수확량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군 관계자는 감수가 70∼8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화과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총 재배면적 277ha 가운데 221ha에 파엽이 발생했다. 수확량 감소도 70∼80%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 대봉감 4년·무화과 2년 연속 흉작
대봉감과 무화과의 감수피해는 두 작물이 영암 대표특산물로 지역경제에 큰 몫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떫은감 주산지인 금정면의 대봉감은 2005년 탐진댐 담수 이래 지난 2006년부터 저온피해가 심각했다. 2009년부터는 해마다 피해가 반복되고 올해의 경우 태풍피해까지 겹쳐지면서 감수피해가 4년 연속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실제로 군과 금정면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6년에는 381농가가 320ha에 3억8천900만원, 2009년에는 302농가가 264.5ha에 3억7천여만원, 2010년에는 392농가가 477.3ha에서 저온피해, 334농가가 460.5ha에서 서리피해를 각각 입어 모두 7억7천700여만원, 2011년에는 290농가가 378.3ha에 5억1천500여만원의 피해를 입는 등 지금까지 피해액만도 20억5천여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태풍피해는 이 같은 피해액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탐진댐 건설로 인한 기상재해 속에서도 50∼60% 대의 수확을 했지만 올핸 감수가 무려 70∼8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화과도 지난해 사상 유례 없는 냉해를 입었다.
무화과 고소득 농민으로 꼽히는 삼호읍 서창리 이진성씨는 지난해 노지 무화과의 경우 1년생은 아예 수확을 못했고, 다년생은 아주 관리를 잘한 곳이 지난해의 40%정도 수확을 했다고 말했다. 시설하우스 무화과도 일중시설은 냉해로 50% 이상 수확량이 줄었다고 했다. 더구나 예년 같으면 11월까지 이어졌던 무화과 수확이 8∼9월에 끝나기도 했다.
올해 태풍피해는 이런 상황보다도 더 최악이다. 수확이 한창이어야 할 때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파엽이나 나무 쓰러짐 피해가 심각하고, 심지어 시설하우스도 상당수가 파손되었기 때문이다.
삼호읍 출신의 김철호 군의원은 “대봉감이나 무화과 모두 피해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큰데다 2년 또는 4년 연속 피해가 이어져 재배농민들이 자포자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면서 “정부나 군이 농민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빨리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과수피해 후유증 내년까지 우려
과수 농가의 피해는 비단 올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큰 걱정이다.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등 수세(樹勢·나무의 자라나는 힘)가 크게 약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과수의 대부분이 가지가 찢기고 잎이 떨어져 수목의 성장이 저하되면서 내년에도 착과 불량과 함께 수확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 대책:농작물재해보험 개선 시급
과수 피해농가들이 기댈 수 있는 장치인 농작물재해보험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농작물재해보험은 특정재해를 보상하는 경우와 모든 재해를 보상하는 경우, 2가지 종류가 있다. 특정재해를 보상하는 품목은 사과, 배, 감귤, 단감, 떫은감 등 5개이며, 태풍(강풍)과 우박은 기본적으로 주계약으로 담보하고, 봄·가을 동상해, 집중호우, 태풍(우박) 및 집중호우로 인한 나무 손해보상 등은 특약으로 선택해 가입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
농민들의 불만은 피해산정방식이 비현실적이라는 점과 국비지원 상향조정, 그리고 종합보험 대상품목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피해산정방식의 경우 현재 70%·80%·85% 등 3단계로 분류되어 있는 농작물 재해보험 보장유형을 90%와 95% 등 5단계로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국비지원기준은 현행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모든 재해를 보상하는 종합보험대상인 62개 농축수산물 가운데 유독 사과, 배, 단감, 떫은감, 감귤만은 그 대상에서 빠져 있는 현실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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