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 전 왕인박사가 심은 상생·소통의 정신 후손들이 이어받다”
日韓친선협회 환영 전야제 참석자 모두 손잡고 ‘아리랑’ 열창 얼싸안기도
왕인묘전제에선 菅原東초등생들 ‘고향의 봄’ 합창 영암군사절단 박수갈채
간자키시엔 상륙전승지 기념비…사절단 “영암군민인 것 자랑스럽다” 공감
■ 日韓친선협회 환영 전야제
오사카 시내 도톰보리 한 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日韓친선협회 중앙회 사토 아키라 부회장은 “5년 전 영암의 아름다운 벚꽃을 보고 韓日은 형제라 생각했다”면서 “비록 현재는 정치적으로 순조롭지 않으나 서로 손잡고 아시아 발전과 세계평화, 동아시아평화를 위해 서로 마음을 열자”고 말했다.
히라카타시 미야모토 가즈히로 지역진흥부장은 다케우치 오사무 시장의 축사 대독을 통해 “영암군 사절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지난 4월 왕인박사 춘향대제에 참가한 히라카타시 방문단을 환대해준 김일태 영암군수와 군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8일 영암을 찾는 시민방문단 방한이 한일 우호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광덕 부군수는 답사를 통해 “제29회 왕인묘전제에 초청, 환영해주시고 환대해주신데 대해 감사한다”면서 “왕인박사께서 1600년 전 일본에 한문을 전달한 위대한 스승이셨듯이 일한교류협회도 친선교류와 특히 시민단체와의 교류 확대에 앞장서 달라”면서 “11월18일까지 왕인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영암을 방문하면 정성껏 모시겠다”고 화답했다.
내·외빈 소개에 이어 열린 선물교환에서 日韓친선협회는 오사카 명물 다시마를 선물했고, 영암군은 무화과양갱으로 답례했다. 또 건배제의와 함께 시작된 만찬에서는 테이블마다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친근한 대화와 웃음꽃이 피어났으며 그룹 ‘포파니아(Popania)’의 케이팝(K-pop) 공연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행사 마지막 순서인 ‘아리랑’ 합창 때에는 참석자들 모두 손잡고 만찬장을 한 바퀴 돌았으며 일부 참석자들은 얼싸안기도 했다.
■ 제29회 왕인묘전제
왕인묘전제가 열린 히라카타시 후지사카 히가시마치의 왕인묘는 1938년 오사카부의 사적 ‘전왕인묘(傳王仁墓)’로 지정됐으나 방치되다시피 했다. 그러던 중 1984년 오사카 일한친선협회가 제1회 왕인묘전제를 개최했고, 1985년 지역 유지들이 ‘왕인총환경수호회’를 발족해 왕인묘 주변을 청소하고 묘전제를 개최하면서 사적으로 본격적으로 보호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른다.
1998년부터는 영암군과 우호교류가 시작돼 영암군 사절단이 히라카타시에서 열리는 왕인묘전제에 참가하고, 히라카타시 사절단은 영암에서 열리는 왕인박사 춘향대제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교류가 시작됐다. 1999년에는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가 왕인묘를 방문하기도 했고, 2004년에는 히라카타시 스가하라 히가시초등학교와 영암 구림초교가 자매학교가 됐다.
무궁화 꽃이 심어진 왕인묘 휴게소에는 이런 역사를 담은 사진과 왕인묘 오사카부 사적지정 60주년인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보낸 축하 친서도 걸려 있다. 김 대통령은 왕인총환경수호회에 보낸 이 친서에서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한일교류의 상징이 되기를 기원했다. 또 바로 옆에는 왕인박사가 일본에 전한 천자문비(千字文碑)도 놓여있다.
오사카 日韓친선협회 나카가와 가즈오 회장은 이날 왕인묘전제 축사를 통해 “요즘 한일관계는 조금 순조롭지 않다. 그러나 지난 10월 개최한 이벤트에 자원봉사자의 참여가 배로 늘었고 10월12일 오사카에서 개최한 어머니 배구대회에서는 한국 어머니팀이 일본 어머니팀과 열전을 벌였다. 이는 민간교류를 계속해온 결과이자 정치상황을 넘어 일한관계가 성숙해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특히 히라카타시와 영암군이 30년 가까이 왕인축제를 함께해온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한관계는 왕인박사께서 일본에 한자를 전한 때부터 친선교류가 있어왔다”면서 “한일 양국민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친선교류를 착실하게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왕인박사의 유덕에 부응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히라카타시장 초청 오·만찬
히라카타시가 영암군 사절단에게 베푼 환대는 그야말로 극진했다. 특히 다케우치 오사무 시장을 비롯한 히라카타시 관계자와 주민 등의 왕인박사와 영암, 그리고 영암군민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했다. 사절단에 참여한 한 인사는 “영암군민으로 태어나 자랐다는 사실이 이번 만큼 자랑스러운 적은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다케우치 오사무 시장은 영암군 사절단과 함께한 오찬장에서 인사말을 통해 1600년 전 왕인이 전한 논어의 한 구절인 ‘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먼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를 읊조리며 환영인사를 대신했다. 또 8일부터 영암을 찾는 히라카타시 시민방문단을 환영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또 “군서면 왕인박사 유적지에 건립된 천인천자문에 자신도 글자를 남겼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히라카타 시의회 미시마 다카요키 의장의 환영인사말에 이어 답례에 나선 정광덕 부군수는 “다케우치 오사무 시장께서 영암을 찾아 월출산의 정기를 흠뻑 받았던 만큼 재선에 꼭 성공하리라 예상했었다”고 화답하면서 “해마다 개최되는 왕인묘전제를 통해 양 지역의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다져가자”고 말했다.
한편 히라카타시 관계자가 영암군 사절단을 안내한 백제사적(百濟寺跡)은 일본 문부성이 ‘특별사적’(우리의 보물)으로 지정한 곳으로 재정비 기본구상이 끝나 올해 기본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백제 의자왕의 후예인 백제왕씨가 8세기 중엽 건립한 우지데라(氏寺, 가문의 사찰)로 동탑과 서탑, 금당, 남문, 중문, 강당, 식당 등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바로 옆에는 백제왕신사가 자리해 있다.
또 요리여관 가기야(鍵屋)는 일본 에도시대 때부터 있어온 ‘배를 기다리는 여인숙’으로 히라카타시가 지정한 유형문화재인 주옥과 별당이 남아있다. 히라카타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국화인형전에서는 영암에서 열리고 있는 왕인국화축제와 묘한 연관성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 왕인박사 상륙전승지 기념비석 제막식
와니다이묘신(鰐大明神)은 ‘와니(鰐)’를 모시는 신사라는 뜻이다. 일본어 와니는 ‘악어’라는 뜻이지만 왕인(王仁) 역시 일본어 발음은 와니다. ‘명신(明神)’은 현신(現神)이라는 뜻으로 ‘거짓 모습이 아닌 분명한 모습을 지니고 나타나는 신’을 가리킨다. 결국 와니다이묘신은 와니라는 신을 높여 부르는 말이자, 악어신이 아닌 왕인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라는 뜻이다.
일본 사가현 간자키시의 왕인신사는 언제 창건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입구에 세워진 도리이(鳥居)는 1699년에 같은 씨족신을 받드는 세지역의 주민으로부터 봉납된 것이라고 한다. 또 신사의 본당 뒤편에는 ‘와니덴만구(王仁天滿宮)’이라고 쓰인 작은 석비가 있다. 이로 미뤄 왕인을 모신 사당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 간자키시의 설명이다.
간자키시는 이에 따라 왕인이 4세기 후반 오진텐노(應神天皇)의 초청으로 백제에서 많은 기술자들을 데리고 목포를 건너 요시노가리의 도래인들과 같이 아리아케(有名)해로부터 북상, 왕인신사가 자리한 다케하라(竹原) 지구 부근에 상륙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토대로 간자키시는 왕인신사 일대를 성역화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으며, 왕인박사 상륙전승지 기념비는 그 시작을 알리는 첫 행사라고 소개했다.
마쓰모토 시게유키 시장은 영암군 사절단과 가진 만찬에서 “영암군과 교육부문 등을 중심으로 한 인적교류를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쓰모토 시장은 또 간자키시 관광협회 관계자 등과 함께 영암군 사절단에게 극진한 환대와 함께 간자키시에서 생산한 일본김과 전통술 등을 사절단 모두에게 선물하며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