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별사의 손을 거쳐 성 감별이 끝나면 주인 부부가 병아리들에게 백신을 놓는다. 2년전 폭설 피해로 한때 파산에 직면했던 한 부부가 그간의 고난과 역경을 딛고 다시 부농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재기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덕진면 금강리에 위치한 진성축산의 대표 김광식(46)씨와 부인 장영자(44)씨 부부가 그들이다. 진성축산은 오리 알과 병아리를 생산하는 오리농장. 진성축산의 19동의 오리사에는 알오리가 2만여 마리. 알오리는 식용 목적으로 사육하는 육오리와는 달리 알(卵)만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하는 오리를 말한다.
김씨 부부는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오리들이 알을 낳는 시간이다. 남들 잠자는 추운 겨울 새벽 이른 시간에 일을 시작하는 것이 여간 힘든일이 아니지만 김씨 부부는 이러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새벽 5시부터 3시간에 걸쳐 19동이나 되는 오리사를 3바퀴 돌아야 알을 모두 수거할 수 있다고 한다.
2만여 수의 오리가 하루에 낳는 알은 5천여개. 이중 절반은 알(卵)채로 유통업자에게 납품하고 절반은 부화장에 넣는다. 진성축산은 자체 부화장을 운영하며 알오리로 사육할 병아리(종오리)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1동의 부화장 건물엔 8대의 기계가 매일 평균 3천여마리의 병아리를 생산해 낸다. 이들 병아리들은 일부 육오리나 알오리로 팔려 나가기도 하지만 김씨는 농장 자체적으로 알오리로 사육할 병아리를 엄선한다.
김씨는 오리알과 병아리를 생산해 그런대로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이제 겨우 빚을 갚아 가고 있을 뿐,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밝혔다. 그러한 김씨에게 2년전 겨울 남부지방을 폐허로 만들었던 폭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눈만 올라치면 그때 일이 생각나 징허요” “참말로 징헙디다. 오리들을 눈속에 다 묻어부렀응께…” 그때 김씨의 오리농장은 축사 19동 중 15개 동이 폭설에 그만 폭삭 내려앉아 버렸다. 10여년간 생업으로 꾸려 왔던 오리농장과 부농의 꿈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때의 참담한 심정이야 이루말할 수가 없다는 김씨. 당시 정부와 군에서 지원해준 폭설피해 보상금은 복구에 엄두를 낼 수 없을 만큼 턱없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도 치솟는 사료값, 인건비, 농협의 대출금 이자다 뭐다… 어렵사리 꾸려오던 농장 살림에 설상가상 폭설피해가 겹치면서 집이며 전답을 모두 날려 버린채 파산 직전까지 갔었다.
그러나 마냥 좌절만 할 수 없었던 김씨는 희망을 잃지않고 다시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갚아야 할 빚이 많은데 자금회전이 안될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하는 김씨는 아직도 치솟는 사료값과 왕겨값이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이유로 농협 지원금이나 정부의 정책자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김씨의 큰 애로사항이다.
“내가 직접 키워서 알을 내고 병아리를 낸다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김씨. 그는 힘들지만 종오리농장을 경영하는 보람을 그곳에서 찾는다고 한다.
/김용술 덕진면 군민기자·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