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行 몸에 밴 ‘사람냄새 나는’ 민원담당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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善行 몸에 밴 ‘사람냄새 나는’ 민원담당 공무원

영암읍사무소 최 영 희 씨

“행정은 늘 법과 원칙대로 하라 하지만 어디 뜻대로 되나요? 늘 대하다보니 이웃사촌처럼 느껴지는데 법의 잣대만 들이대면 너무 몰인정하잖아요. 그래서 민원인 한 분 한 분 생활하는데 불편한 곳은 없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가족들 안부는 어떤지 물어요. 하루 수십명에 달하는 민원인들을 대하다보니 때론 피곤하기도 하지만 정답게 대해주는 민원인들을 보면 피로가 싹 가셔요. 이런 게 민원담당 공무원들의 보람인가 봐요.”
영암읍사무소에 근무하는 최영희(55·지방행정주사보)씨. 주민등록, 전입신고, 민방위, 제 증명 발급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아마도 일선 읍면사무소 직원들이 해야 하는 일 가운데 가장 분주한 업무일 것이다. 그럼에도 민원인들을 대하는데 있어 공직자로서 응당 보여야할 자세와 태도는 항상 분명하다. 바로 친절과 봉사다.
최영희씨가 영암읍사무소에 발령 받은 것은 2012년8월. 그 전 근무지는 덕진면으로 4년 동안 재직했다. 전보발령 사실이 알려지자 덕진면사무소 동료직원들 모두가 아쉬워했다. 결코 짧지 않은 근무기간이기도 했고, 근무하는 동안 그녀가 보여준 헌신적인 근무자세 때문이었다.
덕진면사무소 관계자는 최영희씨가 덕진면사무소에 근무하는 동안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출근해 청사 안팎을 청소하는 등 깨끗한 환경조성에 힘썼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면사무소를 찾는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마치 자기 일처럼 듣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동료직원들과의 유대관계 또한 워낙 좋아 ‘함께 근무하고 싶은 동료직원’으로 칭송이 자자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영희씨는 이에 대해 “덕진면사무소에 청소하는 분이 계시지 않아 아침에 조금 일찍 나와 정리하는 정도였을 뿐”이라고 해명(?)하며, “누군가는 할 일이지 결코 내세울 일은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4년 동안 면사무소 청사 안팎을 묵묵히 쓸고 닦는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예삿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더구나 면민들과 이웃사촌 같은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해주려는 노력은 일선 읍면의 행정이 ‘법치’가 아닌 ‘생활’행정이어야 함을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최영희씨가 덕진면사무소에서 했던 헌신과 봉사는 당연히 영암읍사무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읍사무소 안팎을 쓸고 닦는 일은 따로 이에 종사하는 이가 있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민원인들을 가족처럼 대하는 일이나 동료직원들과 화기애애한 유대관계를 맺는 일 등은 몸에 밴 그대로다. 관내 마을 출장을 갈 때면 꼭 버선 한 켤레라도 사가지고 길을 나선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는 친근한 말벗이 되어주는, 진짜 ‘사람냄새가 나는 공직자’이기도 하다.
1981년 공직자로 첫발을 내딛은 최영희씨는 2007년 영암군으로 자리를 옮겨 본청 재무과와 환경보전과에서 근무했다. 완도군 약산면이 태어난 곳이지만 현재 거주하고 있는 영암읍이 이제는 고향이다. 계사년 새해 영암읍사무소 업무보고를 통해서는 ‘영암읍 인구 늘리기’ 사업을 제안할 정도로 진짜 영암사람보다도 영암읍에 대한 애착이 크다.
“영암읍 인구 늘리기는 영암사람 누구나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잖아요. 저는 거창한 시책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업무를 맡은 사람으로서 영암읍 관내에 거주는 하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이들을 찾아 인구 늘리기에 협조를 당부함으로써 동참을 유도하자는 뜻이에요. 읍장님이나 본청 관련부서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영암읍 활성화 시책을 추진하리라 믿어요.”
영암 생활 7년째로, “남은 공직생활 역시 영암에서 마치고 싶다”는 최영희씨는 “읍장님이 찾아서 왔지 인터뷰하자고 불렀으면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원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제자리로 서둘러 돌아갔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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