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남용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워터게이트사건(Watergate Affair)을 꼽는 이들이 많다. 1972년6월 미국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획책하는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 체포된 사건이다. 이로 인해 닉슨 정권의 선거방해, 정치헌금 부정, 수뢰, 탈세 등이 드러났고, 결국 닉슨은 1974년 대통령직을 사임한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임기도중 사임한 중대한 사태였다. 사건 당시 닉슨은 도청사건과 백악관과의 관계를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진상이 규명됨에 따라 대통령보좌관 등이 관계하고 있었음이 밝혀지고, 대통령 자신도 무마공작에 나섰던 사실이 폭로되기에 이른다. 결국 1974년8월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대통령 탄핵결의가 가결된다. 미국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기는 했으나 중대한 권력남용을 심판하며 민주주의의 전통을 수호한 계기는 바로 의회와 최고재판소가 그 직책을 충실하게 완수해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또 다른 공로자는 언론이었다. 사건을 처음 폭로한 워싱턴 포스트의 우드워드와 번스타인 이후 특히 CBS뉴스 등 TV채널들은 1973년 초부터 1974년 8월 닉슨대통령이 사임할 때까지 사건의 전모를 연일 중계했다. 상원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와 하원법사위원회의 탄핵논의, 워트게이트 청문회 등을 릴레이 하듯 중계방송하며 진실을 파헤쳤다.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미국 3대 네트워크가 돌아가며 거의 300시간 동안 방송한 청문회로 인해 발생한 광고시간과 방송시간의 손실을 값으로 치면 약 1천만달러나 됐다고 한다. 중대한 국기문란사건인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한 모양이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정치논리에 검찰이 졌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이번에도 그 직책수행을 포기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역시 이 나라 정치문화에선 성공한 선거범죄는 처벌할 수 없음이다. 그러는 사이 5·18과 6·10항쟁을 거치며 피 흘려 지켜낸 민주주의는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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