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기간 3년으로 ‘최장수 영암군 부군수’를 기록한 정광덕 부군수가 오늘 오후 2시 이임식을 갖는다. 7월19일자 전남도 인사발령에 따라 전남문화재단 사무처장에 기용됐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영암군정을 추슬러온 그의 떠나는 심정을 정확하게 헤아리긴 어렵다. 하지만 그는 영암군 부군수직을 공직생활의 마지막 근무처로 알고 열정을 불태웠다. 도 인사발령이 난 다음날 열린 제218회 영암군의회 제1차 정례회 군정질문답변 마지막 날까지도 좌석을 떠나지 않았다. 가깝게는, 전국에서 피서객들이 찾는 월출산과 금정 뱅뱅이골 기찬랜드의 성공적인 개장 및 운영을 위해 T/F팀을 직접 꾸리고 진두지휘했다. 멀게는, 지방세정종합평가 2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지난 3년 동안을 몸담은 영암군을 떠나는 그의 마음이 먹먹하고 허전할 것이라는 짐작은 따라서 어렵지 않다.
정 부군수는 무안군 몽탄면 양장리가 고향이다. 1979년7월 지방행정 7급 공채로, 특이하게도 강원도 양양군 서면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전남도 회계과 재산관리담당, 계약담당, 세무회계과장 등의 경력에서 보듯이 세무회계 관련 행정업무에 관한한 ‘달인’으로 꼽힌다. 2012 회계연도 전라남도 지방세정 종합평가에서 영암군이 최우수상을 수상한 배경에는 이런 경력을 지닌 정 부군수의 독한 채찍질이 있었다.
지방세수 규모 850억원 달성과 지방세 역대 최고 징수율(97.4%) 기록은 “지방자치의 성패는 지방재정 확충에 달렸다”는 그의 소신에 재무 관련 공직자들이 부응해 이뤄낸 성과다. 자동차 관련 과태료 징수 등 세외수입 확충에서 군이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그가 영암군 공직자들에게 전수한 노하우 덕이다.
기찬랜드 T/F팀 운영은 단체장 중심의 지자체에 부단체장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월출산과 금정 뱅뱅이골의 두 기찬랜드는 관할 부서가 다르다. 더구나 전 실·과·소와 읍·면 직원들이 거들어도 부족할 판에 관련 실·과 직원들만 녹초가 되기 일쑤다. 기찬랜드의 성공적인 개장에서부터 안전사고 없는 운영을 위한 T/F팀을 꾸린 이유다.
이밖에도 정 부군수가 소리 없는 조정자 역할을 한 사례는 많다. 예산안 편성과 의회 심의 때는 모든 실·과·소가 계획한 업무추진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의원들을 직접 접촉해 설명과 설득에 나섰다.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때론 독하게 때론 다정하게 채찍질하고 독려했다. 군정 안팎으로 그야말로 바람 잘날 없었던 영암군이 각종 행정평가에서 나름 돋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정 부군수의 이런 ‘내조’ 덕분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점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방법과 자세다. 그가 부임하게 될 전남문화재단 사무처장직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자. 하지만 도지사도, 부지사도, 기획조정실장도 모두 영암사람들인 마당에 최장수 영암군 부군수로 재직하고도 인사 당일까지도 갈 곳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지역사회에서 영암사람들끼리도 밀어주고 끌어주는 모양새가 실종된 지는 오래다. 대신 서로 날선 독설과 증오 찬 혹평이 오가는 마당에 정 부군수를 끌어 주리라 기대는 애당초 무리였다. 그러나 영암사람들은 멀지 않아 정광덕 부군수가 몹시 그리울지도 모른다. 그것이 걱정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