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 도는 소리에 잠을 못자요”
검색 입력폼
 
지역사회

“발전기 도는 소리에 잠을 못자요”

영암읍 한대리 주민들, 영암풍력발전소 피해 호소

시험가동 본격화에 강력반발 군·회사측 대책 절실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려요. 딸이 아이를 데리고 쉬러왔는데 아이가 밤새 보채서 한숨도 못 잤어요. 아이도 힘들었는지 두드러기까지 났네요. 회사 측에 항의해서 발전기 돌리는 것을 중단하기는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끔찍하네요.”
금정면 연소리 산 340 일대에 건설 중인 영암풍력발전단지가 내달 준공을 앞두고 시험가동이 한창인 가운데 20기에 달하는 발전기와 가장 근접거리에 있는 영암읍 한대리 각동마을 김영희씨는 이처럼 풍력발전기 시험가동 때문에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군과 사업자인 영암풍력발전(주)(대표 서기섭)에 따르면 발전단지 준공을 앞두고 주민들의 민원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부터는 풍력발전단지로부터 가장 근접거리에 있는 영암읍 한대리 주민들의 민원이 집중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5차례에 걸친 주민설명회를 했으나 영암읍에서는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점을 들어 사전 환경성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환경영향평가에 발전기 기준 주변마을 현황으로 영암읍 한대리 각동마을 650m, 금정면 연소리 금오동마을 850m, 연보리 냉천마을 1천m 등 근접 마을만 조사했을 뿐 거주민, 축산업 현황 등 마을현황은 파악하지 않아 주민들이 입게 될 피해를 외면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밖에 ▲회사 측이 군민장학기금 기탁이나 금정면 대봉감 재배농민들과는 피해보상협약까지 체결하면서 영암읍에 대한 보상은 외면하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도 집중 거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준공이 임박, 시험가동단계에 이르면서부터는 풍력발전기 가동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6일 주민 44명을 대표해 군에 소음 및 저주파 피해대책 수립, 주민공청회 개최, 인허가사항 공개 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한 김영희씨는 “한대리 각동마을이 발전기로부터 650m 떨어졌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550m내에 있다”면서 “시험가동에 들어간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골짜기를 타고 그대로 들리면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뿐 아니라 가슴이 울렁거리는 등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대책을 호소했다.
김씨는 또 “다른 곳에 사는 딸이 아이를 데리고 쉬러왔는데 아이가 밤새 잠을 자지 않고 보채 뜬눈으로 지샜다”면서 “이 때문인지 아이 몸에 두드러기까지 나 회사 측에 제발 발전기 가동을 멈춰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군은 이에 대해 “사전환경성검토서 등에 대한 공람 등을 통해 주민의견수렴을 실시했다”면서 “영암읍에 대한 보상지원에 대해서도 반영될 수 있도록 회사 측에 적극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은 그러나 “풍력발전기 날개 회전으로 발생하는 전자파(저주파), 소음, 빛과 그림자 등으로 인한 피해는 오랜 시간을 두고 실험을 통해 확인해야 정확한 피해정도를 추정할 수 있어 소음과 전자파 측정, 전문가적 지식 등을 바탕으로 감정을 실시할 계획으로 있는 줄 안다”고 밝혀 김씨 등이 호소하는 피해대책수립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민원의 강도도 점점 높아질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풍력발전소는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환경 친화적’이라는 이유로 사람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보이지 않는 소음과 저주파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으나 소음은 각국이 규제조항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반면 저주파의 경우 대부분의 나라에서 뚜렷한 규제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발전기의 거대한 날개가 서서히 회전할 때 나는 저주파는 장기간에 걸쳐 인체를 비롯한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 군과 회사 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인근 주민들과 함께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춘성 기자
■ 영암풍력발전단지는?
신재생에너지사업 분야에서 선도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대명GEC(주)의 자회사인 영암풍력발전(주)가 활성산 옛 서광목장 부지인 금정면 연소리 산 340번지 일대에 조성하고 있다.
사업비 1천억원이 투입된 영암풍력발전단지는 2MW급 풍력발전기 20기를 건설해 연간 7천218만2천400㎾h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매출액으로 따지면 연간 130억원 규모이며 1만8천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량이다. 또 풍력발전소 건설로 연간 4만1천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등 1천394만그루의 식재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