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미암면 출신
이 세상 어떤 무엇도 생명에 우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인재(人災)가 또 터졌다. 무려 302명이 사망 또는 실종 되었고, 실종자 가족들과 온 국민이 간절하고 애타게 바라는 생존자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가슴이 먹먹하다. 모두의 바람이 현실이 되고,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한결같은데 무심한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간다. 전원 구조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벌어진 참사라 더욱더 실종자 가족들 억장은 무너지고, 국민적 공분(公憤)은 하늘 끝에 닿아 있다.
얼마나 추웠을까?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참사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렸으면 좋겠다. 가능성이 무한한 수백명 고등학생들을 잃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온 국민이 정신적 공황상태다. 모두가 같은 악몽을 꾸고 있다. 내남없이 참사를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못되어 죄의식마저 느끼고 있다. 안타까움과 간절한 마음에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일부에서 비상식적 언행으로 충격을 주고 있지만 국민들은 한마음 한뜻이다. 모든 분야에서 시간이 멈춘 듯 눈과 귀는 진도로 쏠려 있다.
언제든지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미연에 방지 하고자 안전교육과 훈련을 하고, 국가는 재난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이다. 노후된 배. 증축. 형식적인 검사. 과적. 무리한 운항. 복원력을 잃은 배. 늦장 신고. 앵무새처럼 되풀이 되는 선내방송. 방치된 승객. 선장과 승무원들만 탈출. 늦은 구조. 작동이 안 되는 구명정과 SOS 신호. 유속이 빠른 조류. 차가운 수온. 기본적 수칙만 지켰더라도 고귀한 생명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참담하기 그지없다. 바다와 선박에 대해 전문가인 선장과 선박직 승무원들이 23살 객실 여승무원 의인(義人) 박지영씨 한 사람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은 세계 항해사에 전대미문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다.
외신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후진국형 사고라고 했다. 어찌 보면 후진국에서도 일어나기 어려운 사고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속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다. 그 위상에 걸맞은 국가체계와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수준미달 낙제점이다. 우왕좌왕 갈팡질팡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가장 간단한 덧셈이 틀려 통계는 수차례 번복 되고, 구조과정 발표가 서로 달라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사고는 실전이다. 실전은 연습도 훈련도 아니다.
얼마나 많은 인원들이 밤잠도 못자며 목숨을 걸고 구조현장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가! 그들 고생을 헛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들을 욕 먹이지 않아야 한다. 이번 참사로 재난대처에 무능력한 정부의 치부가 다 드러났다. 애써 부끄러움을 감추지 않아도 된다. 위기는 기회다. 이참에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꼼꼼하게 재난구조 시스템과 더불어 미비한 각 분야를 재정비해야 한다. 끝으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반드시 생존자가 돌아오는 기적을 마지막까지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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