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은 지난 4월로 네 번째다. 도시에서는 제법 그 취지를 살려가고 있는 모양이나 영암지역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자 ‘딴 나라 행사’로 전락해가고 있다 한다. 영암문화원이 ‘문화가 있는 날’ 기획행사로 지역작가 초대전과 영화 상영을 하는 것이 그 전부일 정도다. 도기박물관과 군립河미술관, 가야금산조기념관 등 각종 문화시설을 갖고 있는 영암군의 현실을 감안하면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국·도비와 군비 등 막대한 혈세를 들여 그럴듯한 시설물만 세워놓았지 정작 이들 문화시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영암군의 기획력 부재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정도다.
본보가 문화포털 ‘문화가 있는 날’에 올라 있는 참여 문화시설을 점검해보니 한심한 수준이었다. 영화관과 공연장은 전무하고, 문화재나 ‘문화가 있는 날’ 기획행사를 여는 도서관, 기타 문화공간도 없었다. 또 참여 문화시설로 올라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등 4곳은 ‘문화가 있는 날’과는 전혀 무관하다 싶을 정도로 기획전이나 기획행사에 무관심했다. 이 때문에 군민 대다수는 ‘문화가 있는 날’ 자체를 모르고 있다. 이래서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풍성한 문화시설을 갖춘 영암군의 위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河미술관이나 도기박물관은 축제 때나 기획행사를 위해 설립되지 않았다. 가야금산조기념관은 형해화(形骸化)된 기념물이 아니다. 동강 하정웅 선생이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河미술관에 대한 자신의 기증 작업이 끝났다며 “군민들이 최고의 미술관으로 가꿔달라”고 한 당부가 아직 생생하다. ‘문화가 있는 날’이 ‘영암문화원에서 영화 보는 날’이 아니라 영암지역 각종 문화시설을 활용해 군민들이 문화향수의 기회를 누리는 날이 되기 위해서는 군 문화관광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손에 주어진 업무만 추진하다보면 다양한 문화시설은 폐허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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