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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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마피아(Mafia)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을 근거로 하는 강력한 범죄조직을 말한다. 원래는 19세기 시칠리아 섬을 주름잡던 산적 떼(반정부 비밀결사조직)를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그 조직원들 가운데 일부가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과 시카고 등지에서 범죄조직을 만든 것이 오늘날 마피아의 시작이다. 특히 1920년대 금주법(禁酒法)이 만들어지면서 돈줄이 생긴 이들은 세력을 급속 확장했고, 지금은 마약과 도박, 금융 등과 관련된 거대한 범죄조직을 형성하고 있다.
마피아의 ‘본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2004년 국립 로마대 법학부가 개설한 마피아 강좌에 500명의 수강생이 몰려 복도와 계단까지 꽉 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조직결성과정에서부터 어떻게 초대형 범죄조직으로 발전했는지를 다룬 이 강좌의 수강 동기는 학생들마다 다양했다고 한다. 마피아를 제대로 알아야 이탈리아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마피아 제거에 일생을 바치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탈리아에 마피아가 있다면 일본에는 야쿠자(Yakuza)가 있다. 19세기 도시의 가난한 주민과 부랑자들 가운데 정부 등에 불평불만을 가진 이들이 사무라이를 동경하며 흉내 내 만든 보호네트워크였다. ‘아름다움’ 또는 ‘자랑’을 뜻하는 마피아의 어원과는 달리 야쿠자의 원래 뜻은 ‘쓸모없는’ 또는 ‘도움이 안 되는’이라고 한다. 가끔 이들과 연계설이 나돌기도 하는 우리나라 조직폭력배들이 사회에 별 쓸모가 없는 척결대상인 것과 마찬가지다.
여객선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우울증에 걸린 요즘 마치 조폭처럼 최우선 척결대상으로 떠오른 세력(?)이 있다. 바로 ‘관(官)피아(관료+마피아)’다. 관피아는 ‘모피아’가 그 원조다. 재정경제부(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의 영어 약자인 ‘MOFE’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재경부 공직자 출신들이 산하기관을 장악해 마피아처럼 거대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현실을 뜻한다. 요즘은 모피아에서 분화한 ‘금피아’가 관피아의 대표 격이다. 금융통화위원회나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을 장악한 현실을 뜻한다. 특히 세월호 사태와 관련해서는 ‘해피아’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양수산부 공직자 출신들이 선박 안전 관련 기관이나 해양경찰청 등을 장악해 온갖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빗댄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발생 30일이 넘은 뒤에야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 관피아의 척결을 선언했다. 300명이 넘는 인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과연 ‘철밥통’이라 부르는 관피아가 만든 아성을 깨뜨릴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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