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해야 할 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들은 오는 7월 시작되는 민선 제6기 지방자치를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모두가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영예의 당선자들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아쉽게 낙선한 후보자들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바이다.
큰 아쉬움 남긴 6·4 지방선거
6·4 지방선거는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선거였던 것 같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듯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여야 모두의 대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여당은 처음부터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저버렸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처음엔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가 유지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공천 작업이 후보자 등록마감시점까지 계속되는 등 혼선을 빚으면서 유권자들에게 큰 혼란을 주기도 했다.
선거기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것도 지방선거판을 뒤흔든 변수였다. 특히 두 정치세력이 합해지면서 후보자를 공천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연상하게 할 정도였다. 온갖 억지와 밀실야합이 판을 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후보자들이 공천 배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영암지역에서도 여러 선거가 역대 가장 치열한 경합구도를 보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지방선거가 끝난 만큼 여야 정치권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유지가 과연 필요한지, 유지해야 한다면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 반드시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막판에 터진 세월호 참사 때문에 이번 선거는 겉으론 매우 조용한 가운데 치러진듯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온갖 네거티브 공세가 판을 친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천과정에서부터 상대 후보의 약점을 들춰내 공격하더니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에는 믿거나 말거나식 여론호도용 주장이 난무하는 등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갈라진 민심 상생 화합 모색하길
심지어 어떤 후보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지역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우리 지역 출신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영암지역은 동서(東西)의 개발격차가 점점 심해 지역균형개발이 군정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라 있다. 더구나 지역균형개발은 온 군민이 하나가 되어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런 마당에 하물며 ‘우리지역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갈등구조를 만들어서는 그 해결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제 선거가 끝난 만큼 적절한 시기에 지역갈등 문제에 대한 논의 마당이 마련되고 치유책이 제시되길 바란다.
선거기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진 민심을 치유하는 일은 당선자가 가장 솔선해야할 과제다. 당선자들은 무엇보다 낙선자들의 아쉬움과 아픔을 헤아려야 한다. 가능하다면 직접 찾아가 위로하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낙선자들 역시 4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안티세력’으로 남을 일이 아니다. 승자에게 먼저 축하를 보내고 협력해야할 일에 적극 협력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기간 영암군수 후보자 모두는 선거 후 지역사회를 화합과 상생으로 이끌어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락에 관계없이 후보자들 모두 지금 바로 그 약속을 실천에 옮기길 주문한다.
선거운동과정에서 드러난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히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선거운동원들 사이에 있었던 서운한 감정 따위는 대승적 견지에서 풀어야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승자의 너그러움이 더 필요할 것이다.
군민과 한 약속 꼭 실천 옮겨야
선거기간 군민에게 한 약속을 실천에 옮기는 일 역시 군민화합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당선자들은 우선 지역의 미래를 위해 내건 공약에 대해 다시 한 번 그 타당성과 실현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길 바란다. 선거기간 표를 의식한 나머지 선심성 공약을 내세웠을 수도 있고, 재원조달방안 등에서 있어 실현가능성이 없는 공약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키지 못할 공약이 들어있다면 군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예산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상대후보가 내건 공약 가운데 전체 군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상당수의 유권자는 그 공약을 보고 지지표를 던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꼭 실천에 옮겨야할 사업이 있다면 최우선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아량도 필요하다. 상대후보의 공약까지도 챙기는 일은 승자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는 이제 끝났다. 군민들은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선자들의 포용력이 절실하다는 점을 거듭 상기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