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전쟁, 잊혀진 이들, 잊혀진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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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전쟁, 잊혀진 이들, 잊혀진 고마움

윤광제
미암면 출신 시조시인
망각은 신의 축복이지만 기억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이다.
인간은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건사고를 보고 듣고, 학습하면서 기억한다. 그리고 또 그 지식을 잃고 새로운 지식을 쌓아간다. 망각이 축복인 이유는 고통스런 기억은 빨리 잊고 정상적인 심리상태, 육체상태를 유지해서 사회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자신을 보호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기억을 자꾸만 잊고 산다는 것 또한 축복은 아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하고 유지해야 하며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이 역사이고 문화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고는 하지만 자꾸만 잊어가는 것이 우리시대의 전쟁과 우리의 영웅들, 그리고 그들의 고마움이다. 국가의 보훈정책을 보면 그 나라가 선진국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보훈은 무엇인가? 보훈은 한마디로 말하면 공훈에 보답하는 일이다. 즉 국가를 위해 큰 공을 세우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에 대해 공에 상응하는 보상과 예우를 함으로써 유공자 또는 유가족의 생활이 안정되게 하고 복지를 향상시켜 국민의 ‘애국심’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보훈정책을 보고 있으려니 답답해서 가슴이 아프다. 일례로 참전유공자 명예수당 등을 보면 각 지자체의 예산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중앙정부의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정책이 따라야하지 않겠나 생각해본다.
답답한 것이 어디 보훈뿐이겠는가? 세상에서 자기 조국을 지켜주는 군복 입은 청년들을 보고 기피하고 혐오하는 것은 OECD국가 중 오직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언제부터 이렇게 조국을 지키는 사람들이 기피인물이 된 것인지 그 이미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은 정부 탓이라고 하고 싶다.
어쨌거나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가장 신뢰받고 있는 조직이 국방부라고 했는데 며칠 전 대국민신뢰도를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역을 3개월 남긴 XX사단 모 병장이 동료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한때 군인이었던 본인이 보기에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 하나로 군대라는 조직과 군인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순국선열과 참전유공자, 그리고 아직도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나머지 군인들에 대한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
군인들의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시사 잡지 ‘더 애틀랜틱’의 2013년 4월 2일자 온라인 기사에 소개된 세계 관광객 위험 지도에 따르면 캐나다 외무부가 자국민 해외여행자들에게 안전 관련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제작 발표한 것이기도 한데 우리나라가 최고 안전한 여행지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이다. 우리나라와 호주 등 녹색으로 칠해진 나라는 보통의 안전 규정만 지키면 되는 안전국가로, 중국 베트남 등의 국가는 높은 수준의 주의가 필요한 관광지로 분류돼 있다. 그보다 더 위험한 국가 또는 방문 금지 지역이 있는데 일본의 후쿠시마 지역에 해당하고 내전과 국지전으로 관광객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파키스탄 같은 중동의 일부국가들은 주황색, 그리고 원천적으로 방문을 권하지 않는 북한과 아프카니스탄 같은 곳은 빨간색이라고 한다..
여기서도 우리의 위협은 오직 북한의 핵 공격쯤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가 가장 행복한 나라는 아니지만 적어도 가장 안전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이렇듯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원망할 수 있는 것도, 불합리한 것에 대해 데모를 할 수 있는 것도 이만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희생된 호국선열들과 군대에서 숭고한 봉사를 한 수많은 우리의 아버지, 형, 동생, 아들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반드시 전쟁을 기억하고, 우리 영웅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점점 스러져가는 연로하신 유공자들과 참전용사, 그리고 군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과 예우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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