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봉인 천왕봉과 노고단, 반야봉 등 3봉을 중심으로 동서로 100리 거대한 산악군을 형성하는 지리산의 봉우리 가운데 ‘날라리봉’(해발 1천533m)은 독특한 위치다. 전라남북도, 경상남도 등 3개 道의 경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날라리봉은 반야봉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다소 왜소하다. 하지만 반야봉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쪽으로 촛대봉에서 연하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릉을 조망할 수 있고, 동남쪽으로 남부능선까지 조망할 수 있다.
이 날라리봉의 원래 이름은 ‘낫날봉’이었다고 한다. 정상의 바위 봉우리가 낫의 날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낫날봉을 발음하다보니 날라리봉, 늴리리봉(닐리리봉) 등 다양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날라리봉보다도 삼도봉(三道峯)이라고 불러야 등산객들이 쉽게 알아차린다. 두산백과에 의하면 날라리봉을 삼도봉으로 부르게 된 것은 1998년10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삼각뿔 형태의 표지석을 세우면서부터라고 한다. 표지석의 3면에는 가리키는 방향대로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라고 쓰여 있다. 즉 날라리봉은 3道에 걸친 지리산의 한 가운데다.
실제로 날라리봉, 즉 삼도봉은 토끼봉~명선봉~영원령~삼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경계로 전라북도와 경상남도가 나누어지고, 삼도봉~반야봉~만복대~다름재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삼도봉~불무장등~통꼭봉~촛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이 삼도봉 표지석을 세운 때는 한국사회 고질병폐 가운데 하나였던 지역감정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영호남 지자체장들의 의기투합이 이뤄진 때로 기억된다. 당시 전남과 전북, 경남의 세 도지사는 함께 지리산 날라리봉에 올라 ‘삼도봉(三道峰)’이라는 표지석을 세웠다. 이들 광역단체장들은 표지석 설치를 계기로 영호남 상생과 협력을 위한 수많은 사업계획도 내놓았다. 지금에 와서 따져보니 실현된 일도 많이 있지만 전시행정의 성격이 더 짙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전남, 전북, 경남에 삼도봉이 있다면 영암, 장흥, 강진의 경계에는 ‘삼군봉(三郡峰)’이 있다. 이 역시 작명(作名)인 삼군봉은 영암읍 한대리와 장흥군 유치면 관동리, 강진군 옴천면 황막리가 만나는 해발 500여m 높이인 ‘무명’의 봉우리를 일컫는다. 2011년 당시 영암의 김일태 군수, 장흥의 이명흠 군수, 강진의 황주홍 군수가 이곳을 3개 군 상생협력의 상징으로 만들자며 탐방시설 설치를 골자로 한 ‘삼군봉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정치적 색채가 다분했지만 지리적으로 서로 어깨를 맞댄 형국인 3개 군이 동반성장은 필수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군민들은 물론 정부의 호응도 대단했다. 삼군봉 프로젝트에서 더 나아가 세 지역이 공동으로 합심 협력할 사업들을 발굴하고 추진해나갔더라면 하는 기대가 여전한 상황에 이번에는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3개 군 군수들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이른바 ‘3군 상생협력정책협의회’를 발족한 것이다. 특히 이들 군수들은 한발 더 나아가 세종사무소와 희망학숙 건립 등 구체적인 7대 사업까지 적시해 공동추진하기로 했다. 어떤 군수는 전임 군수가 추진한 일이라는 이유로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지만 내실만 기한다면 전국 최초의 지자체간 상생협력의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정말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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