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가보안법 개폐 논쟁 때도 꼭 그랬다. 그때 열린우리당은 완전 폐지, 한나라당은 결사 반대로 극한 대치했었다. 그때 이부영·천정배와 박근혜·김덕룡이 몇 달간의 협상 끝에 반민주적 5대 독소조항(찬양, 고무, 동조, 회합, 통신)을 폐지하되 국가보안법 자체는 유지하는 여야 합의안을 그해 12월 31일 가까스로 만들었다. 그런데 선명과 강경 되게 좋아하는 우리 쪽만 그 여야 합의안을 거부해버렸다. (그 결과 지금도 국가보안법은 그 독소조항 그대로의 악법인 채로 살아있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당의 이부영·천정배는 사퇴해야 했고, 그 뒤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정국 주도권을 잃고, 민심의 눈 밖으로 완전히 밀려나고 말았다. 그 이후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어쩌면 그리도 달라진 게 하나 없는가.
정말 메스껍다. 지금 우리 하는 모습, 너무 좁쌀들이다. 이상돈이 어떻고, 안경환이 어떻고, 안경환을 끼워 넣는 건 또 어떻고… 아아, 제1 야당이라는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여…
여야간 합의를 통해 기능하는 의회 정치 하에서 밥 벌어먹는 우리들 아닌가? 그런 의회 정치 틀 속의 우리 당 대표가 새누리당과의 오랜 줄다리기 끝에 8월 7일 합의해온 것을 안 된다고 거부한 쪽도 우리들이었다. (새누리당은 추인했다.) 그 열 이틀 뒤인 8월 19일 재합의해온 것에 대해서도 우리만 거부했다. (저들은 이번에도 추인했다.) 대체 어쩌자는 것이냐?
지금 내가 박영선이 잘했다고 두둔하는 게 아니다. 내가 절규하듯 다그쳐 묻고 싶은 물음은 이거다. 계속 이렇게 여야간 합의를 거부해서 대체 어쩌겠다는 것이냐. 새누리당을 요절 내자는 것이냐. 아니면 이완구 팔을 비틀어오기라도 하라는 것이냐. 이제 또 이상돈은 이래서 안 되고, 안경환은 저래서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우리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이 우리들을 뭐라고 할 것이며,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부끄럽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은가. 지금 우리의 안중에 국민이라는 존재가 있기나 한 것인가.
이래가지고 총선을 이기고, 대선에서 승리한다? 웃기는 얘기다. 지금 우리들, 총선 패배와 대선 참패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 같다는 거 아는지…
아아, 정말 왜들 이러는가. 너무 불길하다. 박영선만 식물 지도부 되는 게 아니라, 우리 당 자신마저 식물 정당, 뇌사 정당 되어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는 것 같다.(2014년9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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