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아닌 담배세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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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담뱃값 아닌 담배세 인상

조영욱
시인
담배가 '타바코'라는 이름으로 처음 들어왔을 때는 술이나 차(茶)처럼 여성들이 더 즐기고 좋아하는 기호품이었다. 하멜 표류기에 어린아이들이 타바코를 즐긴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문화를 막 접한 서양사람 눈에 비친 모습이었다. 옛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회충 때문에 심한 배앓이를 앓곤 했다. 이때 배앓이를 멎어주는 단방 약이 담배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배앓이를 할 때마다 담배로 배앓이를 멎게 한 것이다. 이게 하멜 눈에 비친 당시 모습이다.
우리는 서양문물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을 통해서 담배를 받아들였다. 타바코가 일본에서 담바고가 되어 우리에게 전래 되었고, 한동안 담바고로 통용되다가 담배가 된 것이다. 경상도 민요에 '담바고타령'이 있다. 처녀 총각들이 즐기는 기호품이었고, 농가에서는 노동집약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담배재배를 많이 했다. 남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금정면과 어깨를 대고 있는 장흥 유치에도 '담바고타령'이 있었다.
담배는 니코틴이 문제다. 니코틴이 갖는 중독성은 대마초를 능가한다고 한다. 니코틴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강렬하게 흡입을 원한다. 중독이 될수록 주기가 점점 짧아져 입에 물고 산다고 할 만큼 애연가 수준을 넘어선다. 미국 빌 클린턴정부에서는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도 높게 대대적인 금연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담배가 갖는 중독성이 마약에 버금간다는 연구결과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담배를 전매사업이라 해서 국가가 전매청을 두어 담배장사를 해왔다. 지금은 공사로 전환해 한 발 비켜나 있지만 담배공사 역시 여전히 정부 산하기관으로 공기업이다. 정부가 담배로 담배장사하고 세금을 걷고 흡연으로 인한 피해까지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겨 온 것이다. 그러면서 담뱃값을 인상할 때마다 흡연이 범죄인 것처럼 국민을 겁박한다. 담뱃값을 2000원 인상 했을 때 세금징수액이 가장 많다는 이유로 2000원 인상안을 강력히 밀어붙일 태세다. 담뱃값에서 무려 63%가 세금이다. 이 정도면 담뱃값 인상이 아닌 담배세 인상이다. 담뱃값보다 세금이 1.6배나 되므로 세금인상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담배에 붙은 주 세금은 지방세와 교육세다. 하필 담배에 왜 교육세가 붙어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청소년 흡연과 금연교육 그리고 교육세. 앞뒤가 어그러져 잘 맞지 않는다.
요즘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논란이 뜨겁다. 명분은 국민건강과 흡연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변하지만 진단이 엉터리다. 담배로 몇 조에 이르는 세금을 더 거두면서 금연예산이 고작 1,500억에 불과하다는 것은 세금을 늘리기 위한 담배세 인상일 뿐 국민건강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새누리당에서는 '담뱃값 인상은 서민증세가 아니라 부자증세'라고 억지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들이 내세운 서민은 소득순위 하위 10%다. 소득순위 하위 10%는 우리 사회에서 서민이 아니라 절대빈곤층 즉 빈민이다. 서민은 소득순위 하위 40%정도로 보는 게 일반적인 기준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서민 약 33%가 흡연자다. 그러므로 새누리당 주장은 눈 가리고 아옹이다. 서민 흡연자는 5.5%에 불과하므로 서민증세가 아니라는 항변은 연목구어요 배가 산으로 가는 공론(空論)이다.
담뱃값 인상만으로 흡연율을 낮출 수 없다.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곧 원상복귀 되고 만다. 마약에 버금가는 중독성을 감안해 담뱃값 인상이라는 졸속정책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강력한 금연정책이 선행 되어야 한다. 손바닥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잎담배는 니코틴이 주성분이지만 이를 공장에서 가공하는 과정에서 약 500여 가지 화학첨가물이 들어가고, 이 화학첨가물이 발암물질로 작용하여 각종 질병을 일으킴으로써 기호품 담배가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60년대부터 맛과 향을 첨가한 필터담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담배가 암을 불러오는 주범이 되었다. 벌써부터 담배 밀수를 걱정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중국산, 북한산 담배 밀수가 극성을 부릴 것이란 우려가 무리는 아니다. 금연은 자기자신노력이 99%이다. 자기 자신과 싸움일 뿐 인위적으로 해결 되지 않는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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