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15년은 을미년이다. '을미년'이라고 할 때 우리에게 가장 많이 기억되는 역사적 사건은 을미사변과 을미개혁일 것이다. 을미년 이 한 해 동안 조선왕조 5백년 동안 유지해왔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전 분야에서 경천동지할 변화가 일어났다. 정치면에서는 근대적 중앙정치체제가 만들어지고, 복잡한 행정구역 명칭이 모두 '군'으로 단일화 되었다. 과거제도가 폐지되고 완전한 독립국이 되었음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중국 연호 대신 개국기년을 쓰는 변화도 있었다. 사법권도 일원화되고 인신에 대한 구속과 처벌은 오로지 재판소에서만 하는 변화도 나타났다. 경제면에서는 조세를 화폐로 내기 시작 했고, 세입·세출 등을 매년 정하고 그에 따라 조세의 신설과 세율을 정하는 근대적 예산제도도 이때 실시되었다. 사회면에서는 신분 차별적인 법제도들이 폐지되어 양반·상놈 구별이 없어졌다. 오늘 우리가 사는 제도가 대부분 을미개혁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흐름이고 한국사회가 이들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지만 개혁의 주도세력이 일본에 의존하였기에 국민의 지지는 받지 못하였다.
2015년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작년부터 공무원 연금 개혁, 부동산3법 등 각종 규제 완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 정부에 의한 각종 '개혁'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개혁'이 얼마나 살아남을 것인가는 우리 사회의 대다수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가, 그리고 과연 국민들이 지지하며 개혁의 주도세력이 그럴 자격이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즉 우리사회가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 지역은 어떤가? 또 다른 개혁이 진행 되고 있다. 통상부분의 개방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연달은 FTA로 인해 우리나라 민생과 3농 부문의 국정 운영이 바야흐로 방향타를 잃는 모습이다. 어쩌면 대한제국 말기 을미년 때의 쇠약해진 모습을 노출하고 있는 듯 보인다. 참여 의사를 밝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은 설상가상이다. 정말 안타깝다. 정부와 농협, 농업인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농산물 유통문제는 수입농산물과 맞물려 여전히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 농촌 도처에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고 노령층과 부녀자들의 한숨소리만 높다. "농업문제는 시장경제에 맡길 수 없다"는 후보 시절의 말을 우리는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지만 "농민들을 무한경쟁 속으로 이끌겠다"로 해석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 농업 생산비 증가와 쌀 소비 감소를 비롯한 식탁의 서구화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우리 농업의 새로운 전략과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란걸 우리는 인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뉴질랜드·베트남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경제영토가 넓어진 것도 이해하지만 우리 농업의 희생과 부담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새해 새 아침이 소중한 것은 새롭게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의 방식은 낡은 것이기에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소중한 것이다. 아무리 시장 개방의 파고가 높다 해도 미래를 준비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은 살아남기 마련이고 도전하는 용기도 더불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용기와 도전이 우리 농민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정말 의미없는 개혁이 될 것이다. 120년 전 을미년의 개혁처럼 개혁주도세력을 의심하고 국민의 지지는 받지 못하는 개혁이 될 수 있다.
이 개혁의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소통이다. 특히 도지사와 군수들이 농민과의 진솔한 소통으로 활발한 정보전달이 이루어져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공조, 특히 농민정책이 결실을 거둬야 한다.
양은 순하고 부드럽다고 알고 있지만 고집도 세다고 한다. 대표적인 외유내강형 동물이다. 이 양의 모습이 온갖 역경을 헤쳐 온 바로 우리 민족의 모습이고 우리 농민, 그리고 이 땅의 어버이들의 모습이다. 더구나 청색은 희망을 상징한다고 한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불굴의 정신으로, 청양의 부드러움과 고집스러움으로 내실을 기하며 더욱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 보란 듯이 마음껏 나래를 펼쳐 보이는 영암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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