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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긴급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로) 검찰은 국민의 검찰로 태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포기하고 말았다” 라고 규정하였다. 정치권에서 흔히 사용하는 ‘마지막’이니, ‘처음’이니 하는 수사(修辭)에 대해 의심쩍어하는 편이지만, 그리고 ‘마지막 기회’라는 말 뜻을 잘 알기도 어렵지만, 문대표 발언의 진정성과 적의성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검찰은 믿을 수 없고, ‘국민’(대부분의 경우, 우리 지지자들)의 편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같은 대(對) 검찰관은 별로 새로울 게 없는 야권의 전통적 태도라 하겠다.
그런데, 얼마 전 내 눈을 의심케 하는 우리 당의 혁신안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김상곤 위원장의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1차 혁신안에, 검찰에 의해 기소된 국회의원들의 경우 당직을 즉시 박탈한다는 대목이었다. 당 기강 확립을 위하여 그리 하겠다는 것이었다. 혁신위의 충정은 모를 바 아니나, 충정의 표출이 이런 예외적 방향으로 나타나선 곤란한 게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도, 기소 자체가 유죄라는 초헌법적 발상이 우려스럽다. (우리 헌법 제27조 4항은 ‘무죄 추정 원칙’을 명시해놓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아니 언제부터 우리가 검찰의 기소 행위에 대해 이처럼 돈독한 신임을 보내왔더란 말이냐 하는 의아심을 들게 한다는 거다. 우리 혁신위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혁신안 제1호가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유도하고 부추길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는지 여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평소 손 좀 보고 싶었던 야권 정치인들을 기소만 해버리면 여의도에서 사실상 깨끗이 추방해버릴 수 있게 해주는 야권의 이 ‘혁신안’에 지금 여권과 청와대가 얼마나 반색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솔직히 우리 혁신위의 철학과 사려의 빈곤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문재인 대표의 철저한 검찰 불신과 김상곤 위원장의 검찰에 대한 깊은 신뢰 사이의 모순을 보며 우리의 집권능력에 대한 슬픈 회의감에 젖는다.(2015년 7월 3일)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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