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군수가 '천황사길'을 수술하겠다고 나선 까닭은 이를 전임 군수의 '건축·토목중심' 군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 조성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되고, 바둑테마파크조성사업도 전면재검토 상태에 있던 터라 이들 두 사업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이는 '천황사길'을 손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보가 민선6기 1주년을 맞아 '천황사길'을 취재한 결과 전 군수가 밝힌 80억여원의 예산절감은 당초 4차선에서 2차선 공사로 변경된데 따른 단순 공사비 차액이었다. 더구나 총 사업비 중 50%를 차지하는 국비까지도 절감예산에 포함시킨 액수였다. 백번 양보해 전 군수의 계산법으로 순수하게 군비만 따지면 38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전 군수의 핵심공약으로 내년 시행예정인 1년 치 효 수당(46억1천2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천황사길'의 사업규모를 축소함으로써 과연 몇 푼이라도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도 고개가 저어진다. 언제 끝날지 모를 위험도로 구조개선사업 대상으로 전락해 앞으로 공사비가 더 늘어갈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다, 42% 용지보상에서 중단되면서 예산낭비 또한 심각해 절감은커녕 오히려 예산이 더 늘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산수뮤지컬과 바둑테마파크가 백지화되고 전면재검토 상태에 있다고 해서 애써 정부 공모에까지 선정된 '천황사길' 사업규모를 축소한 것은 단견이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산수뮤지컬이나 바둑테마파크에 대해 본보는 실현가능성이 떨어진 사업으로 누차에 걸쳐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된 천황사지구 개발에 대해서는 군이 하루빨리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군민들 여론이다. 이점에서 '천황사길'은 결코 전임 군수의 '건축·토목중심' 군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아선 안 될 일이었다.
오히려 이보다는 '장수수당' 등 전임 군수가 추진했던 중복 또는 유사 복지제도를 손보는 일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전 군수는 전임 군수의 많은 복지시책은 두 말 없이 그대로 승계했을 뿐만 아니라 '효 수당'처럼 중복되는 시책까지 내놓으면서도 정작 필요한 SOC 확충은 외면했다. 전 군수는 이제라도 '퍼주기 식' 복지시책에만 골몰할 일이 아니라 진정 지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기반시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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