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영암군을 위한 대회'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는 한국 바둑계를 대표하는 김인, 조훈현, 이세돌 등 3대 國手의 고향이 각각 강진군, 영암군, 신안군임을 감안해 전남도가 지난해 한국기원과 협약을 맺고 이들 3군과 함께 개최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총규모 7억원으로 지난해 첫 대회 때 9억원보다는 줄었지만 국제바둑대회로는 '매머드 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회의 개·폐막식이 모두 영암군에서 열리는 등 사실상 '영암군 대회'였다. 뿐만 아니라 영암이 낳은 조훈현 국수가 한국 바둑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이번 대회는 '영암군을 위한 대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도 대회 참가를 위해 모인 세계 각국 어린이와 학부모 대부분이 한옥호텔 영산재나 현대호텔 등 영암지역 숙소를 이용했다. 반면에 영암군과 함께 후원한 강진군의 경우 이렇다 할 대회개최의 여파가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강진군 관계자들에게서는 "대회 투자액(1억5천만원)이 아깝다"는 등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 보이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신안군과 강진군이 후원기관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영암군도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짐작은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두 지역이 빠질 경우 대회의 의미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는 만큼 대회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대응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또 만에 하나 두 지역이 빠질 경우에 대비해 전남도와 공동개최방안을 생각하는 등 적절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대형이벤트 가능성 또 확인
8월7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이번 대회에는 개막식이 열린 현대호텔에 내빈과 참가 선수단, 외국 어린이, 취재진 등 500여명이 북적였다. 또 대회기간 한·중·일 3국의 프로기사들 외에 한국 어린이선수단 700여명, 중국과 태국 등 외국 어린이선수단과 학부모 450여명, 지역 바둑동호회원 등 총 3천여명이 운집했다. 식당 및 숙박업소들이 모처럼 호황을 누렸고, 왕인박사 유적지와 하정웅미술관 등 역사문화시설도 북적였다. 영암군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대형이벤트가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중국에서 온 어린이선수단과 학부모들은 특히 대형백화점이나 면세점 등 쇼핑센터가 광주 등 원거리에 있어 매우 불편해 했다고 한다. 내년 대회 때에는 쇼핑센터가 비록 원거리에 있을지라도 관광을 겸한 교통대책을 세워 참가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영암군이 앞장서야 한다. 아울러 숙소나 음식 등도 이대로는 만족감을 주기 어려운 만큼 대책을 세워야 한다. 주거변천사 야외전시장이나 한옥펜션 등을 활용한 민박, 오토캠핑장 확충을 통한 관광객 수용태세가 절대 필요하다. 가장 한국적이고 남도특유의 맛깔스런 음식을 준비하고 친절하게 서비스하는 일도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바둑의 메카' 고민하길
올해로 두 해째 개최된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를 지켜본 군민들 대다수는 지난 민선5기 말 사실상 백지화된 바둑테마파크조성사업에 큰 아쉬움을 표시했다. 사업규모를 키우지 않고 당초대로 추진했더라면 국제바둑대회는 3개 군 실내체육관 등을 전전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영암군은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대형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군은 군민들의 이런 아쉬움을 가벼이 넘겨선 안 된다. 비록 바둑테마파크조성사업은 재추진이 불가능해졌으나 한국 바둑계를 대표하는 조훈현 국수의 고향이 영암군이라는 상징적 이점은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본보가 내년 대회를 감안해 氣찬랜드나 목재문화체험장 등을 활용한 가칭 '조훈현 기념관'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이다.
바둑테마파크조성사업의 대체계획 수립 역시 군이 조속히 풀어야 할 숙제다. 일부 부지까지 매입해놓고도 백지화된 사업인 만큼 언제까지 방치해놓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체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전동평 군수의 행정력을 가늠하는 잣대이자, 영암군의 최대현안인 영암읍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투자자들이 방문하기도 했지만, 가만히 앉아 투자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려서는 적합한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적극 찾아나서야 한다. '퍼주기' 논란이 불가피한 복지에만 몰두할 일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고,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마량놀토수산시장'에 이어 '강진오감통'에 북적이는 관광객들을 보라. 월출산 氣찬랜드에, 천황사지구에도 관광객들이 넘쳐나도록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는 영암군'이 되길 거듭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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