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재인 대표가 당내 파벌간 분란 때문에 당이 안 되고 있고, 혁신안이 부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혁신안이 중앙위에서 부결된다면 그만 둘 거라고 발표하였다.(그런 후, 또다시 재신임을 묻겠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문 대표 회견의 초점은 오는 16일 중앙위에서 혁신안을 꼭 통과시켜달라는 데 있는 듯하다.)
우리가 잘못된 진단이며 잘못된 제안이라고 보는 근거는 간단하다. 우선, 문 대표와 우리가 인식의 일치를 보이는 게 딱 하나 있다. 지금 우리 당의 지지율이 형편없다는 것, 혁신 혁신하는 데도 정당 지지율은 오히려 하강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식이 일치하고 있다. 그런데 문 대표는, 지금 우리 당이 국민 지지를 못 받는 근본 원인이 당내 파벌 싸움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는 그게 아주 잘못되었다고 본다. 우리 당이 국민 지지를 잃어가고 있는 근본 까닭은 전혀 다른 데 있다.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위원장으로 표상되는 이 ‘투 톱’ 때문에 새누리당 지지율만 높여주고, 우리 당 지지는 계속 스스로 깎아 먹고 있다고 우리는 진단하는 거다.
지금 국민들은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45% 안팎의 높은 지지를 보내는 반면, 우리 당에 대해서는 25% 안팎의 반토막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 동안 문재인 김상곤 두 분이 그만큼 국민 여론을 쫓아버렸던 거다.
그동안 문재인 김상곤 두 대표는 우리들의 충정과 조언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못 알아 듣는 것인지, 안 들으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대목만 두 분이 제대로 인식하고, 입장을 바꿔 국민 여론에 순응하면, 우리 당 지지율은 순식간에 30%를 넘어설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4월6일 국회의원 정수를 현재 300명에서 400명 정도로 늘릴 필요가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국회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늘리자고도 제안했다. 물론 두 분들은 성난 국민 여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그리고 두 분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내렸다. 이거 이제라도 사과해야 한다.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국민 여러분의 뜻에 따라 어떤 일이 있어도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겠노라고 선언해야 한다. 이것만 해도 국민 지지율이 2~3%는 상승할 거다.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위원장은 오픈 프라이머리(이하 국민공천제)를 거절했다. 국민공천제를 찬성하는 60~70%의 민심을 일축해버림으로써, 우리 당 지도부는 국민 여론을 거부하는 중대한 패착을 했다. 더구나 국민공천제는 문재인 후보의 대선 공약이었고, 지난 2·8 전당대회에서도 당 대표 후보로서 스스로 공약했던 걸 뒤늦게 거부하는 바람에 언행 불일치로도 보여지면서 지도자로서의 신뢰마저 스스로 하락하게 했다. 그랬던 두 분이 엊그제는 혁신위 안이라며 느닷없이 100% 국민 경선안을 들고 나왔다. 국민공천제는 안 된다더니 대동소이한 국민경선제는 해보자는 것이다. 자, 이제 지금이라도 대다수 국민 여론을 거부한 것과 자가당착적 갈지자 행보에 대해 사과해보라. 그리고 담백하게 국민공천제를 조건없이 수용할 것을 선언하라. 상당수 국민들로부터 또한 박수 갈채를 받게 될 것이다.
4·29 재보궐선거에서의 4:0 참패 다음 날인 4월30일 문 대표는 전패에도 불구하고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 열심히 박근혜 정권과 싸울 것이며, 자기는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그러면서 누가 시키지도, 요구하지도 않았던 뜬금없는 혁신위원회를 띄웠다. 국민 여론을 실망시키고 지지자를 절망케 한 건, 4·29 참패보다 오히려 문 대표의 4·30의 책임 외면 돌파 전략 때문이었다. 지금이라도 4·30 전격 선언에 대해 사과해보라. ‘그때 내 책임을 더 통감했어야 옳다. 그때 이미 제 거취를 여러분들께 물었어야 했다. 이 점 깨끗이 사과한다.’고 지금이라도, 너무 늦긴 했지만, 고개 숙여 발표해보라. 그러면 ‘그래도 자기 책임을 긍정할 줄 아는 지도자구나.’하는 호의적 여론이, 크진 않겠지만, 틀림없이 일어날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최근 한명숙 전 총리를 영웅시하며 대법관 13명 전원을 정치적 탄압의 주범으로 몰아붙였다. 엄청난 여론의 역풍을 받았다. 이를 뒤늦게 감지한 문 대표 스스로 한 전 총리 구금 당일 교도소 정문까지 눈물의 배웅을 하려다가 포기하기에 이르지 않았던가. ‘한명숙 재판 불복종’ 발언과 행동으로 문 대표와 우리 당은 적어도 5% 이상의 국민 지지를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이걸 사과해야 한다. 대법원 판사 13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1차 3억원 수수를 유죄로 인정한 사건을 어떻게 정치적 탄압이라고 강변할 수 있는지 그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던 대다수 국민 앞에 지금이라도 잘못되었다고 머리를 숙이면, 국민 지지율이 일부는 회복되지 않겠는가.
문 대표는 현재 자기 지역구인 부산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들과 언론은, 단 한 차례 선거를 치러서 당선된 현역 초임 지역구 국회의원이, 정계 은퇴의 경우가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발빼기 정치’를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일반 국민들은 쓴웃음을 지었고, 우리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맥이 풀렸거나 분노했다. 지역구 4선을 위해 뛰어야 하는 조경태 의원이 있고, 취약지역 부산에서 힘겨운 도전을 해야 하는 김영춘 부산시당 위원장 등 부산과 경남의 지역위원장들이 있는 마당에, 문 대표의 갑작스런 지역구 포기 선언은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부산을 포기한다는 선언과 진배없는 충격의 철수 선언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곁에서 왜 그 ‘노무현 정신’은 배우지 못했느냐는 개탄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금 문 대표가 해야 할 일은, 그 부산 철수 결정을 취소하고, 그 발언에 대해 국민과 당원 앞에, 특히 부산 지역구 주민과 부산?경남의 지지자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부산 재출마를 용기있게 다시 선언해보라. 지지율이 꽤 회복되고, 문 대표에 대한 상당한 성원이 결집할 것이다.
문 대표는 북한군에 의한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폭발사태로 남북간 대치와 전운이 최고조로 달하던 시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북 제재 5·24 조치 해제를 촉구했다. (참고로, 이때 국민 여론의 68%가 5·24 조치 해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8월 23일자 한국갤럽 여론조사) 이것도 사과해보라. 우리가 문 대표의 그 충정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지만, 국민 여론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다. 사과하라. 그러면 문 대표에 대한 국민 일각의 의구심과 우리 당의 안보 노선에 대한 우려감이 조금은 개선될 것이다.
일일이 나열하자면 한이 없다. 엊그제 우리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임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 분들은, 국민 여론의 70%가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고 있는데, 왜 ‘계층간 사다리 복원’을 내세우고 있는 개혁 야당인 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걸 반대하고, ‘현대판 음서제’로 비판받는 로스쿨 졸업자들만의 변호사시험 제도를 지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였다. 오히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은 국민 여론에 따라 사법시험 존치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새정치연합을 이해할 수 없다며 거듭 안타까워하였다.
이처럼 번번이 확연한 국민 여론을 거스려놓고 지금 어디에 와서 누구를 보고 지지율 부진을 타박하시는가? 지금, 많은 경우, 우리 당은 새누리당에게 개혁 주도권을 놓치고 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새누리당보다 더 반개혁적, 덜 개혁적인 정치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다. 우리 당은 국민들 눈에 새누리당보다 능력도 뒤지고, 국민의 뜻도 잘 따르려 하지 않고, 잊을만하면 한 번씩 국민 가슴에 불을 지르는 막된 발언과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집단으로 보여져 왔다. 사실 새누리당도 별로 대단한 정치집단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보다는 그들이 더 낫다고 국민들께서 판단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가 우리보다 2배 가까이 그쪽으로 몰리는 것이다.
국민 여론을 따르지 않으면서 ‘이기는 정당’을 외치는 건 무지이거나 오만이거나 착각이다. 문 대표는 오늘 성명서에서 “국민이라는 나침반만 보면서 뚜벅뚜벅 큰 길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묻고 싶다. 문 대표의 ‘국민’이 대체 누구이고 어디에 존재하는가? 며칠 전 문 대표는 ”지금 국민의 뜻은 비례대표를 줄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천만에다. 각종 여론조사는, 줄여야 한다면,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압도적인 국민이라는 나침반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갤럽 8월31일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은 37% : 16%로, 우리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에선 41% : 19%로 비례대표를 줄이라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당과 문 대표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을 제대로 발견하는 일이다. 아전인수로 ‘자기(들)만의 국민’으로 자신들의 모든 것을 정당화하려 한다면, 그 종막은 싸늘한 민심과 연이은 선거 참패와 새누리당의 연전연승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중요한 정치적 의제와 고비마다 민심에 어깃장을 놓아온 지난 날의 일체의 일탈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향해 전향’해야 한다. 우리 당 지지율 부진의 원인은, “국민 여론을 왜 좇지 않느냐”고 고언과 비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당내 중과부적의 비주류나 비노 진영에 있지 않고, 문재인 대표와 우리 당의 방향과 행태에 대해 매우 못마땅해 하고 있는 국민 여론의 등돌림에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이를 인정하고 부디 민심에 승복해야 한다.
우리는 문 대표의 대승적 결단과 구당적 살신성인을 석고대죄의 각오로 진언한다. 2015년9월9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위원장 유성엽 전남도당위원장 황주홍(2015년9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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