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자, 도서관을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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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자, 도서관을 살리자

아침 저녁 스쳐가는 바람결에 가을이 묻어있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
4년 전, 국토종단 중 충북 제천 어느 산길을 걸어가던 때였다. 버스 한 대가 지나가는데 옆면에 쓴 “책을 읽자, 미래를 열자”라는 글씨가 멀리서도 똑똑히 보였다. 제천시에서 운영하는 이동도서관이었다. 마을을 순회하면서 책을 빌려주고 되돌려 받는다고 했다. 언제부터 저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을까. 깜작 놀랐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시골마을에는 읽을거리가 별로 없었다. 일간신문 한 부와 ‘농원’이라는 월간잡지가 이장집으로 배달되었다. 그것을 온 동네 사람들이 돌려보았다. 책을 살 여유는 없고, 빌려다 보고 싶지만 그럴만한 곳이 없었다. 시오리쯤 떨어진 읍내에도 도서관이 없었다. 알음알음 책을 빌려다 침침한 호롱불 아래서 밤새워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동도서관이 생겨 마을을 찾아가 책을 읽게 하다니. 한국을 떠나있는 동안 이렇게 많이 변했나 싶기도 하고, 나라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 자못 감격스러웠다.
세계 제일가는 부자 빌게이츠는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것으로 마을 도서관을 첫째로 꼽았다. 강철왕 카네기가 재단을 설립하여 먼저 시작한 일이 미 전역에 도서관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는 미국에 2,500여개의 도서관을, 그리고 전 세계에 3000여 개의 공립 도서관을 세웠다. 도서관의 중요성을 얘기해주는 실례다.
몇 주 전, 어느 작은 모임에서 도서관이 화제에 올랐다. 참석한 어느 분이 “우리 교회에도 도서관이 있었는데, 잘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을 새 성직자가 부임해 오면서 폐쇄해 버렸다”고 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랬다. 없는 도서관도 만들어야 할 텐데 잘 운영해오던 도서관을 없애버리다니. 몇 천 명 신자가 있는 적잖은 공동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놀랠 만도 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성직자가 도서관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을텐데 그럴 리가 있으랴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 보았더니 사실이었다.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라고 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한다. 잘 사는 길이 책 속에 있다는 얘기다. 도서관은 책이 있는 곳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 책을 읽고, 하느님을 찾는 게 아닐까. 그런데 그 길을 찾아가는 통로인 도서관을 없애버리다니.
며칠 전, 새 건물로 옮겨간 어느 교회에서 도서관을 먼저 만들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성직자 한 사람으로 인해 공동체의 미래와 격이 달라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이민 생활에 쫒기다 보면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도 책 읽을 여유가 없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잘 사는 길’이 책 속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한 번 사는 인생, 잘 살고 싶지 않으신가.
가을이 온다. 책을 가까이 하는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도서관이 사라져버린 그 공동체로부터 도서관이 살아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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