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오곡이 풍성한 시기이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그런 이유로 예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며 여유로워진 마음 씀씀이를 표현했다. 서로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갈등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했고 갈등이 줄어드니 서로 속이 편했던 것이다. '곡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니다. 위 속담들은 '마음의 여유'를 강조한 우리 선조들의 중요한 교훈이다.
마음의 여유가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참으로 다양하다. 운전 중에 여유가 생기면 난폭운전은 줄고 양보운전이 절로 나온다.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 일명 '칼치기'라는 끼어들기도 줄 것이고 피곤해도 여유가 있으면 쉬었다 가면서 졸음운전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마음의 여유는 각종 사고로부터 본인을 보호하는 예방효과를 가진다.
그런데, 추석 얘기하다가 웬 '마음의 여유' 얘기냐 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추석이나 설날 같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절이 '스트레스 받는 날'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에 한가위가 진짜 즐겁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서 펜을 들었다.
항상 그렇듯이 명절은 즐겁다. 그러나 명절 중에 일가 친척과 무심코 나눈 이야기로 누군가는 큰 상처를 받고 친척 간에 의가 상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그 관심이라는 것이 때로는 질문 받는 사람에게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통상 친척들로부터 받는 질문과 대화의 주제는 그 패턴이 정해져 있는데 보통 다음과 같다. "연애는 하냐? 결혼은 언제하니? 애는 언제 낳으려고? (재수생에게) 대학은 어디 다니니? (구직자에게) 취직은 했니? 연봉은 얼마나 받니? 남편 진급은 했니? 살 쪘네?(운동 좀 해!), 살 빠졌네? (병 걸렸니?)"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야기 들어 주는 사람을 폭발하게 하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친척 비교분석'이다.
'우리 아들이'. '우리 딸이'라는 말로 입을 떼기 시작해서 사위는 어떻고 며느리는 어떻고 끊임없이 자랑을 하게 되면 듣는 사람은 앉아 있는 그 순간부터 가시방석에 앉는 느낌이 된다. 이런 패턴이 이어지면 다음부터는 더 이상 친척과의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다. 찾아가서 인사드리는 것마저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망치는 첫 걸음이 상대를 자극하는 '자랑질'인 것이다. 좋은 말도 한 두 번이지 볼 때마다 이런 식의 대화법이 진행되다보면 명절은 어느새 '스트레스 도가니'가 되고 만다.
일가 친척은 핏줄로 이어져 신뢰가 바탕이 되어있는 관계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관심이라는 말로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자유는 없는 것이다. 명절에는 가능하면 상대방을 자극하는 얘기는 하지 않는 것이 서로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현대 사회가 되면서 점점 분노 조절에 장애를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패륜'관련 소식이 어제 오늘의 뉴스가 아닌지 오래됐다. 즐거운 명절은 나만 즐겁다고 즐거운 명절이 아니다. 가족 모두가 즐거워야 진정 즐거운 명절이 된다. 가족 중에 고민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 또는 대안이 있다면 조언을 하자. 대안 없는 충고는 잔소리일 뿐이며 오히려 듣는 사람의 스트레스만 북돋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한 번 더 생각하고 대화를 풀어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음에 또 반갑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비단 가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할 때 기본이 되는 품성이 아니겠는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화법으로 이번 추석에는 스트레스 받지 않는 명절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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